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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스(FT)가 18일(현지시간) 에너지 데이터 업체인 볼텍사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이란은 올해 첫 3개월 동안 하루평균 156만배럴의 원유를 수출했다. 이는 2018년 3분기 이후 약 6년 만에 최대 규모로, 대부분은 중국으로 판매됐다. 아울러 이란의 원유 수출은 지난해 350억달러를 기록해 이란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줬다고 FT는 부연했다.
이란이 원유를 성공적으로 수출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등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볼텍사의 제재 전문가인 아르멘 아지지안은 “이란산(産) 원유를 운송하는 선박수는 지난 1년 동안 253척으로 20% 증가했다. 최대 200만배럴의 원유를 운반하는 초대형 유조선도 2021년 이후 두 배로 늘었다”며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운반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을 추적해 2월에 2척, 4월에 13척 제재했지만, 이란의 원유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경미했다”고 짚었다.
이에 따라 지난 주말 이란이 이스라엘에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감행한 데 따른 대응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추가 제재를 논의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긴 어려워 보인다고 FT는 지적했다.
아울러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이란에 대한 ‘최대의 압박’ 조치를 도입했으나,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를 엄격하게 시행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글로벌 원유 공급에 압박을 가할 경우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생활비 부담에 대한 원성을 쏟아내는 민감해진 유권자들을 고려하면 정치적 부담이 크다.
이란산 원유 대부분을 중국이 사들이고 있는 데다, 대부분 민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제재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FT는 중국은 전체 원유 수입 물량 가운데 10분의 1을 이란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국영 석유·가스 회사가 아닌 소규모 민간 정유소를 통해 처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라피단 에너지그룹의 지정학적 리스크 서비스 책임자인 페르난도 페레이라는 “이란은 제재 우회 기술을 터득했다”며 “바이든 정부가 정말로 (이란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초점을 중국으로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