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교역국에 90일간 상호관세를 유예하긴 했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은 격화되고 있어 안심하긴 어렵다. 이에 당분간 환율도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변동성 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방향성 없는 ‘변동성 극심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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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율은 역외 환율을 반영해 전 거래일 종가보다 38.1원 급락한 1446.0원에 개장했다. 이날 새벽 2시 마감가(1472.0원) 기준으로는 5.0원 올랐다. 하지만 곧장 환율은 10원 이상 반등하며 오전 10시 32분께 1462.4원으로 하락 폭을 좁혔다. 오후에도 환율 하단이 지지되면서 1460원 중심으로 등락하고 있다.
환율은 전날엔 10.9원 급등한 1484.1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치며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에 올랐다.
특히 환율은 4월 2일부터 상호관세가 발효된다는 소식에 이달부터 장중 변동성이 커지는 모습이다. 장중 10원 이상 벌어지는가 하면, 마감가는 30원 이상 급등락했다.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이 확정되자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32.9원 급락했고, 다음 거래일인 7일에는 미국의 국가별 상호관세율이 발표되자 33.7원 급등했다.
중국 정부는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1시 1분을 기점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 84%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가별 상호관세 시작 13시간여 만에 대중국 관세는 125%로 올리면서 중국을 뺀 다른 국가에는 국가별 상호 관세를 90일간 유예하고 10%의 기본 관세만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의 비례 보복으로, 글로벌 무역전쟁이 미국과 중국 간의 ‘치킨 게임’ 양상으로 격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뺀 나머지 국가에는 관세를 유예해 주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위험선호’ 심리가 커졌다. 이에 미국증시는 급등했고, 달러 약세도 진정됐다. 달러인덱스는 이날 새벽 1시 49분 기준 102.64를 기록하고 있다. 다만 중국이 미국에 대한 관세 부과로 인해 장 초반보다는 소폭 하락했다.
국내증시도 5% 이상 폭등하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증시에서 2900억원대를 순매수하며 환율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0거래일 만에 매수세로 돌아섰다.
이날 환율이 급락 후 반등하는 것에 대해 국내은행의 한 딜러는 “그간 증시에서 외국인이 나간 것만큼 순매수가 많이 들어오지는 않고 저가매수에 밀려 환율이 많이 반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세전쟁·위안화 약세 ‘복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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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역외 달러·위안 환율은 7.42위안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이날은 7.35위안대로 내려왔으나 여전히 달러 대비 위안화는 약세다.
외환시장 전문가들은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입을 모았다. 당분간 관세전쟁의 양상에 따라 환율은 변동성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갈등이 격화되는 상황 속 중국이 위안화를 절하하면 과거 1기와 동시에 원화도 재차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며 “이날의 환율의 급락은 되돌림 차원이지 추세로 보긴 어렵다”고 강조했다.
오재영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중국 정부의 환율 평가 절하 유도는 원화의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위안화는 달러 대비 7.6~7.8위안 내외까지 절하 시, 원화도 1500원대 중반~1600원까지도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