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점입가경 한국타이어 집안싸움..향후 변수와 시나리오는

김성진 기자I 2023.12.18 18:11:36

MBK, 공개매수가격 2만4000원으로 올리자
조양래 지분 추가취득에 효성 백기사 등장
양측 지분 50% 선점 놓고 치열한 공방전
내년 성년후견심판과 5%룰 위반 여부는 변수

[이데일리 김성진 기자] 조양래 명예회장의 개입으로 손쉽게 끝날 것 같았던 한국앤컴퍼니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수세에 몰린 조현식 고문 측 MBK파트너스는 지분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 가격을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하는 승부수를 던졌는데,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현범 회장 측 조 명예회장이 추가 지분을 취득하며 곧바로 반격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사촌그룹인 효성까지 백기사로 끌어들이며 경영권 사수에 사활을 걸었다.

양측이 이처럼 지분 경쟁에 모든 화력을 쏟아붓는 이유는 사실상 이번 공개매수 성공 여부에 따라 경영권 분쟁 결과가 달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막판 뒤집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과 관측도 나온다.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심판 결과와 5% 지분율 공시 위반 등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완전히 새로운 막이 열릴 수 있어서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총공격 vs 총방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명예회장은 지난주 한국앤컴퍼니 지분 3만주(0.32%)를 주당 1만7398원에 장내 매수했다. 지난 7일 한국앤컴퍼니 지분 2.72%를 장내 매수한 데 이은 추가 취득이다. 이를 통해 조 명예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율은 3.04%로 늘어났다.

같은 날 조현범 회장과 사촌지간인 효성도 백기사로 등장했다. 효성그룹 계열사 효성첨단소재가 한국앤컴퍼니 지분 0.15%를 취득하면서다. 여기에 조 회장의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hy(한국야쿠르트)의 지분(약 1.5%)까지 더하면 조 회장 측의 지분율은 약 46.7%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명예회장의 지분 추가 취득과 효성의 백기사 등장은 MBK의 공개매수 가격 인상이 도화선이 됐다. 앞서 MBK는 지난 15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2만원에서 2만4000원으로 상향한다고 공시했다. 일반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한 특단의 조처였다. MBK는 이를 위해 총 투자액 규모도 기존 5186억원에서 6224억원으로 확대했다.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 (사진=한국앤컴퍼니)
◇조현범 vs MBK…누가 먼저 과반 고지 차지할까

당초 MBK가 조 고문과 손잡고 한국앤컴퍼티그룹의 경영권 공격에 나섰을 당시 업계에서는 “승산이 없어 보이는데 왜 이런 일을 벌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들이 주를 이뤘다. 이미 조 회장 홀로 42.03%의 압도적인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소수 지분을 추가 취득하거나 우호세력으로 확보하면 경영권 방어가 어렵지 않을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MBK 측이 조 회장이 현재 사법리스크를 겪고 있어 자금 운용이 쉽지 않다는 점을 노렸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IB업계 관계자는 ”MBK가 조 고문과 손잡고 경영권 공격에 나서기 전에 이미 우호세력 등 지분율 계산을 끝낸 상태였을 것“이라며 ”아마도 조 명예회장이 직접 지분 매수에 나서는 가능성을 낮게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을 직접 매입한 것을 두고 MBK가 시세조종 혐의로 금융감독원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라는 것이다.

MBK 측은 향후 계획에 대해 “이번 공개매수가 성공하든 실패하든 추가적인 행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MBK는 이번 공개매수 계획을 공시하며 최소 20.35%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공개매수를 진행하지 않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장남 조 고문(18.93%)과 차녀 조희원씨(10.61%),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0.81%) 지분을 포함해 단 번에 5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경영권 분쟁을 장기전으로 끌고가지 않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양측 중 누가 먼저 50% 이상의 지분을 선점하는가의 싸움인데 조 회장의 우호세력이 추가 등장할 것인지, 조 명예회장이 추가 지분매집에 나설 것인지 등이 관건으로 보인다. MBK 측은 이미 공개매수 상향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만큼 상황을 반전시킬 또 다른 카드가 있을지가 관심이다. 현재 한국앤컴퍼니의 주가는 양측의 공방전이 이어지며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요동치고 있다. 18일 한국앤컴퍼니 주가는 한때 상한가를 치며 2만600원까지 올랐으나 전날 대비 11.67% 오른 1만7700원에 마감했다.

조현식(왼쪽)한국타이어그룹 고문, 조현범 한국타이어그룹 회장(사진=한국앤컴퍼니그룹).
◇성년후견·5%룰은 변수

그럼에도 역시 변수는 존재한다. 우선 가장 큰 변수는 바로 내년 초 진행될 조 명예회장의 성년후견심판이 꼽힌다. 지난 2020년 6월 조 명예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을 조현범 회장에게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형태로 매각했는데 이에 대해 조 고문과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했다. 성년후견은 고령이나 장애, 질병 등으로 의사결정이 어려운 성인에 대해 후견인을 선임해 돕는 제도다.

1심은 지난 2022년 4월 기각됐지만 조 이사장이 항고를 제기했고 이에 따라 다음 심판은 내달 11일 열릴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조 명예회장의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고 여기고 성년후견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지난 2020년 그룹 승계를 결정지은 블록딜 자체가 무효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형제간 경영권 분쟁의 완전히 새로운 막이 열리게 된다.

또 MBK가 제기한 5% 지분율 공시 위반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8일 조 고문과 조희원씨를 특별관계자에서 제외하는 공시를 냈는데 이에 앞서 전날인 7일 조 명예회장이 한국앤컴퍼니 지분 2.32%를 취득한 사실은 공시하지 않았다. MBK 측은 이것이 의도적인 누락이라고 보고 금감원에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만약 금감원이 조 명예회장의 지분 취득을 5%룰 위반으로 본다면 의결권 제한, 지분 매각 등의 처분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사에 들어간 이후 결론을 내기까지 대략 6개월 정도가 걸리는 만큼 이번 공개매수 자체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조 고문 측이 향후 지속적인 경영권 분쟁에 나설 경우에는 충분히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MBK로부터 조사 요청을 받아 현재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