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비트코인…美 금리·대선 이후 전망은

김가은 기자I 2024.09.09 18:19:38

美 고용지표 발표 후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 하락
"강세장 진입하기 위한 최종 조정, 2년간 상승"
"관건은 경기 둔화 속도와 美 대선 상황"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미국발(發) ‘R(경기침체)의 공포’가 가상자산 시장을 덮쳤다. 미국 주요 경제지표가 시장 예상보다 둔화하면서 증시와 함께 동반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향후 전망은 엇갈리고 있다. 강세장 진입을 예상하는 긍정론과 내년까지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부정론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 美 경기둔화 우려에 투심 약화

9일 가상자산 시황중계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30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대비 0.54% 상승한 5만6196달러를 기록했다. 일주일 새 5%, 한 달 새 9% 가량 빠졌다.

(사진=픽사베이)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를 키운 건 미국 고용지표다. 미국 노동부가 6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한 달 전보다 14만 2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 예상치 16만 1000명을 하회했다. 하루 전날 발표된 미국 고용정보업체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이 발표한 8월 비농업 부문 취업자 수도 전월비 9만 9000명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역시 시장 예상치 14만명을 크게 하회했다.

미국 고용지표가 저조하자 미국 뉴욕증시 3대 지수가 급락했다. 6일(현지시간) 다우존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나란히 1%대 하락을 기록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55% 급락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또 다시 제기되면서 금융시장은 투자심리가 전반적으로 약해진 모습이다. 이에 따라 비트코인 가격도 8월 하순께 6만 5000달러 가까이 갔다가 다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5만 3000달러대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정석문 프레스토리서치 센터장은 “지난 금요일 발표된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지표가 예상치를 하회한 점이 시장 심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상자산 시장은 다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까지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의 전망은 엇갈리는 분위기다. 관건은 경기 둔화 속도라는 의견이 나온다. 정 센터장은 “내년말까지 경기둔화가 지속될 것이란 게 컨센서스”라며 “문제는 둔화 속도로 만일 급격하게 (시장이) 냉각돼 소프트랜딩이 아닌 하드랜딩이 될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인하에 대해) 더 발빠르게 대응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과거 패턴을 보면 연준은 경기 둔화 정도를 과소 평가하는 경향을 보여왔다”고 설명했다.

◇ 가상자산 시장에 금리 인하 호재 될까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질수록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은 커질 수 있다. 금리 인하 등 유동성 장세는 가상자산 시장에는 호재다. 마이클 반데 포프 가상자산 분석가는 “비트코인이 향후 2년 강세장에 앞서 마지막 조정을 겪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5만3000달러대까지 떨어진 후 본격적으로 반등해 2년간 강세장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오는 17~18일(현지시간) 예정된 FOMC 정례회의에 집중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한번에 기준금리를 0.5%p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할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연준이 ‘베이비컷(기준금리 0.25%p 인하)’을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금리 선물은 연준이 9월 회의에서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단행할 확률을 75%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비트코인 가격 향방을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특히 오는 10일(현지시간) 예정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후보의 TV토론에 시선이 쏠리는 상황이다. 현재 트럼프 후보는 가상자산 규제완화를, 해리스 후보는 규제를 우선시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정 센터장은 “트럼프 당선이 호재라고 생각한다”며 “해리스 후보는 가상자산에 대한 유의미한 언급을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기 전망에 대해서는 “거시 환경이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고,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로 인해 기관들의 접근성이 크게 개선됐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우상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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