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발레 안무가로 손꼽히는 존 노이마이어(85)가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국립발레단 ‘인어공주’ 기자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고령이라고 믿기 어려운 정정한 태도, 무용에 대한 남다른 철학에서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빈말이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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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의 노이마이어는 클래식한 발레 동작에 현대적인 연출과 드라마를 가미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안무가다. 1973년부터 최근까지 독일 함부르크 발레단 예술감독 겸 수석안무가를 맡고 있다. 한 안무가가 51년째 같은 발레단의 예술감독을 맡는 것은 흔치 않다.
대학에서 문학과 연극을 전공한 노이마이어는 안무는 물론 조명과 무대 등 연출까지 모두 직접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안무가의 특권은 무용수를 재료로 삼아 새로운 세계를 창조한다는 점”이라며 “상상의 세계를 실제처럼 구현하기 위해 시간을 들여 안무와 분장·무대·조명이 다 맞아떨어질 때까지 작업한다”고 작업 방식을 소개했다. 또한 “‘인어공주’를 비롯한 내 작품의 철학은 발레를 인간화(化)하는 것”이라며 “무용수가 살아 있는 감정의 형태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노이마이어와 국립발레단의 만남은 강수진 단장과의 오랜 인연으로 이뤄졌다. 노이마이어는 강 단장이 독일 슈튜트가르트 발레단에서 활동하던 시절(1986~2016) 안무가와 무용수로 인연을 맺었다. 강 단장은 노이마이어의 ‘카밀리아 레이디’로 무용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한국인 최초로 받기도 했다. 노이마이어는 “강 단장은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한 훌륭한 해석자였다”며 “매 작품 호기심을 갖고 작업에 임하는 모습에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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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마이어는 발레 ‘인어공주’가 해피엔딩으로 끝난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분위기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인어공주’의 원래 주제는 아름다운 존재인 인어가 사랑을 위해 희생과 고통을 감내하며 자신이 속한 세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갈망이다”라고 말했다.
작품 속 인어공주는 바지를 입고 등장한다. 일본 전통 가무극 중 하나인 ‘노’(能)에서 착안한 설정이다. 노이마이어는 “‘노’의 출연자 중 한 명이 바닥까지 길게 내려온 바지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다리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며 “‘인어공주’는 일본의 ‘노’는 물론 발리의 전통춤 등 동양적인 요소를 바탕으로 안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발레 무용수와의 본격적인 첫 작업에 거는 기대도 크다. 노이마이어는 “‘인어공주’의 리허설에 참여한 지 하루밖에 안 돼 국립발레단에 대해 평가하긴 힘들다”면서도 “함부르크 발레단에는 한국인 무용수가 여러 명 있는데 이들은 매우 특출나다. 국립발레단과의 작업도 기대가 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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