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늘린다니 학원가가 먼저 들썩
의대 쏠림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올해는 유난하다. 2024년도 서울대 자연계열 정시모집에서 합격생 769명 중 164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전체의 21.3%로 지난해의 2배 수준이다. 특히 컴퓨터공학부 정시모집에서는 합격자의 33%가, 첨단융합학부는 16.4%가 1차 정규입학에 등록하지 않았다. 반면 서울대 의과대학 진학을 포기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연세대와 고려대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계약학과인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LG디스플레이와 연계된 계약학과인 디스플레이융합공학과, SK하이닉스와 계약학과인 반도체공학과도 모두 미등록한 학생 이 상당히 많았다.
한국의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해 해외 언론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향후 100년 이상의 먹거리가 될 새로운 IT기술 교육에 올인해도 모자랄 판에 한쪽으로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모습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대형 입시학원들이 올해 의대 입학을 겨냥해 지난해 말 새로운 과정을 개설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시에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는 한국정부의 계획은 더 많은 상위권 학생들이 반도체를 만드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꿈보다, 의사가 되기 위해 준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는 또 “한국의 많은 학생들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취업을 보장하는 한국 최고의 공과대학에 입학하는 것을 거부하고, 의료 분야에서 더 나은 직업 안정성과 더 높은 급여를 받고 싶다는 유혹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실제 의사협회는 평균 35세 전공의들의 연봉이 ‘4억원이 아니라 2억9000만원 정도’라는 해명성 발언을 했다가 비난을 받기도 했다. 30대에 평균 2억9000만원이란 연봉이 의사 직군에겐 그리 많지 않은 금액이겠지만, 대다수의 30대에겐 상대적 박탈감을 불러오기 충분한 액수이기 때문이다. 반면 반도체 대기업에 입사한 30대의 급여는 연 1억원대로 알려졌다.
4차산업 기술인재 양성 서둘러야
의대쏠림은 더이상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4차산업을 주도한 인재 육성을 혁명을 일으킨 IT산업은 주도주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그동안은 인터넷과 모바일이 주도 했다면, 이제는 누가 뭐라 해도 AI다. 엔비디아 CEO인 젠슨황은 “AI의 명령어 처리 속도는 2년마다 100배씩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진화 속도가 이처럼 빠른 AI의 성능을 좌우하는 것은 반도체칩이다. 반도체는 우리나라가 가장 잘하고 경쟁력이 높은 분야다. 하지만 반도체 제조 1위 업체인 대만의 TSMC에 이어 미국의 인텔, 중국 SMIC 등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려는 미국, 일본 등의 도전도 만만치 않다.
지금 우리는 AI가 주도하는 4차산업의 흐름에 올라타느냐, 멈추고 후퇴하느냐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그 가운데 맞닥트린 의대 쏠림 현상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