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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달러·엔 환율은 이날 오전 10시 23분 현재 전일 종가(오후 5시 기준)보다 1.38엔(0.91%) 하락한 148.79~148.80엔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 한때 151.30엔까지 치솟았으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2엔 가까이 급락한 것이다.
간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 이유를 설명하면서 일본 엔화의 통화 약세를 직접 거론한 뒤 달러화 매도·엔화 매입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나 “일본 엔화든 중국 위안화든 그들이 통화를 절하하면 우리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며 “이를 매우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은 관세다. 그들이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관세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나는 시진핑 주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일본의 지도자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통화 가치를 계속 낮추고 약화시킬 수 없다고 말했다. 그것(통화약세)이 우리에게 불공평하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했다”며 “일본, 중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면 여기(미국)에서 트랙터나 캐터필러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워진다”고 주장했다.
닛케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발언에 ‘뒤통수’를 맞은 투기꾼 등이 조건반사적으로 엔화 매입으로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가 발표한 2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해 미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며 증시가 하락한 것, 즉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강화한 것도 엔화 매입을 부추겼다는 진단이다. 준기축통화인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간주된다.
일본은 바짝 긴장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엔화를 언급한 별도의 이유가 있는지 집중하고 있다. 2022년 이후 일본의 시장 개입이 엔화 약세가 아닌 엔화 강세 방향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4월에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엔저는 미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대참사’”라고 비판한 바 있다.
시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미국 달러화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 엔화 약세의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관세가 미국 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여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을 약화시키고 있어서다.
닛케이는 “일본은 환율 개입으로 오히려 엔화가치 상승을 시도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의 진의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