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부족' 신흥국에 日 AI 진단 기술 수출 추진

이소현 기자I 2024.10.15 16:08:22

태국·브라질 등 의료 인프라 부족 국가
의사수 선진국 대비 4분의 1 수준 불과
결핵·위암 등 환자에 AI 진단 기술 보급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일본에서 인공지능(AI)으로 이미지를 분석해 진단하는 의료 소프트웨어 기술이 태국과 브라질 등 신흥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의료 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일본에서 개발된 AI 진단 지원 시스템을 의사 부족이 심각한 지역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다.

(사진=게티이미지)


15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의료 스타트업 엘픽셀은 태국에서, AI메디컬 서비스는 브라질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 각각 결핵과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AI 진단 지원 시스템 사업을 시작한다.

2014년 도쿄대 출신들이 창업한 엘픽셀은 내시경 영상에서 대장암 발견을 돕거나 컴퓨터단층촬영(CT)나 자기공명영상장치(MRI) 영상에서 질병 징후를 찾아내는 AI 시스템을 전문으로 한다.

최근엔 자체 알고리즘으로 키운 AI로 흉부 엑스레이 영상에서 질병 징후를 의사에게 알려주는 기술을 일본에서 사용 중이며, 그 노하우를 결핵 진단에도 활용할 계획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결핵 환자 수는 2022년 기준 1060만명으로 전년(1030만명) 대비 3%가량 증가했다. 결핵 환자 수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46%로 가장 많이 차지했다.

결핵은 전염성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는 게 중요한데 태국에선 의사 부족에 따라 엑스레이를 찍어도 이를 영상으로 진단할 수 없는 등의 문제가 있었다. 일본에서 인구 1만명당 의사 수가 26명인 것에 비해 태국은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9명에 불과하다.

닛케이에 따르면 엘픽셀의 태국용 진단 지원 AI 시스템은 지난 8월 태국 보건당국에 승인을 신청한 상태이며, 승인을 받으면 의료기기로 판매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 등에 앞으로 3년 내 100개 시설에 납품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픽셀은 의사 수가 부족한 신흥국에서 AI 지원이 효과적으로 보고 해외 진출을 준비해왔으며 작년 글로벌사업추진실을 신설했다. 카마타 토미히사 대표는 “10년 후에는 매출의 절반을 해외 사업에서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시경 분야에서도 영상 진단에 AI 기술을 활용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 의료 스타트업 AI메디컬 서비스는 브라질과 아세안 지역에서 위암 진단 지원 AI 시스템을 판매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45개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다.

AI메디컬 서비스의 AI를 활용한 내시경 진단 지원 시스템은 지난 4월 브라질 보건부 산하 국가위생감독청에 등록을 마쳤다. 아세안 지역에서는 의료기기 승인 신청의 표준화 지표가 있어 한 나라에서 승인을 받으면 다른 나라에서도 쉽게 적용할 수 있다. AI메디컬 서비스는 지난 2월 싱가포르에서 승인을 획득했으며, 앞으로 태국과 베트남 등에서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AI메디컬 서비스의 요시다 켄지 해외사업 담당자는 “의료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신흥국에서는 AI 탑재 의료기기가 빠르게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며 “인구 1만명당 의사 수는 인도네시아 7명, 베트남 8명 수준으로 선진국의 평균 4분의 1 이하 수준에 그쳐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은 의료 AI 기술을 육성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져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국민건강보험제도로 건강검진이 보편화한 일본에서는 엑스레이 장비는 물론 CT, MRI가 미국 등 다른 선진국에 비해 많이 있고, 내시경을 다룰 수 있는 의사는 인구당 미국의 5배에 달해 다양한 촬영 데이터를 활용해 AI 기술을 육성하기에 좋은 환경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조사기관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의료용 영상 시장은 오는 2032년이면 701억9000만달러(약 95조5000억원)로 2023년 대비 74% 증가할 전망이다. AI 기술이 시장 확대를 견인할 것이며, 신흥국의 인구 증가와 첨단 치료 확산이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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