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 인터뷰
“‘태풍의 눈’은 르노 아냐…韓 소비자 수준 높아”
“르노 전동화 기술력 뛰어나…고급 전기차 수입”
“하이브리드 ‘오로라’로는 SUV 내수 공략 ‘투트랙’”
“부산에도 플래그십 전시장 열고 로고 알릴 것”
[이데일리 이다원 기자] “지난 20년간 르노는 한국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던 것과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수준 높은 취향을 가진 한국 소비자에게 프랑스 글로벌 브랜드 ‘르노’와 엠블럼을 알리고, 프리미엄 전동화 기술을 적용한 차를 선보이며 새로 출발하겠습니다.”
아르노 벨로니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이데일리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벨로니 부사장은 1994년 르노를 시작으로 폭스바겐그룹, 시트로엥 등 유수의 유럽 완성차 업체를 거치며 브랜드 마케팅을 이끌어 왔다. 2020년 르노로 돌아와 전동화 신차를 성공적으로 출시했고 다이아몬드 모양 엠블럼 ‘로장주’(Losange)를 도입하며 대대적 리브랜딩 과정도 거쳤다.
| 아르노 벨로니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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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는 그룹 내 가장 마지막으로 로장주 엠블럼 대열에 합류했다. 전신인 르노삼성의 ‘태풍의 눈’ 엠블럼 대신 125년 역사의 프랑스 완성차 브랜드 ‘르노’의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벨로니 부사장은 “‘태풍의 눈’은 르노가 아니다”며 “한국은 완전한 무(無)는 아니지만 처음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 새 엠블럼과 함께 차량 이름도 XM3에서 ‘아르카나’로 바꾼 이유다.
| 아르노 벨로니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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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코리아는 ‘일렉트로 팝(Electro Pop)’ 브랜드 전략에 맞춰 △전동화 △커넥티비티 △안전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전동화에 초점을 맞춰, 오는 2026년까지 한 해에 최소 한 대의 전동화 신차를 출시한다. 벨로니 부사장은 “르노는 굉장히 빠르게 전동화 전환에 나서 선진적인 ‘E-Tech’ 기술을 갖췄다”며 기술력을 자신했다. 올해 유럽 시장에서 하이브리드·전기차 매출이 40%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만큼 경쟁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6월 르노코리아가 부산모빌리티쇼에서 공개할 ‘오로라 프로젝트’ 첫차 ‘오로라 1’은 하이브리드 SUV(스포츠유틸리티차)다. 벨로니 부사장은 오로라 1의 글로벌 명칭을 정하고 마케팅 초기 작업을 진행 중이며 CUV(쿠페형 SUV)인 ‘오로라 2’ 역시 글로벌 명칭이 정해졌다고 했다.
르노의 대표 전기차 ‘세닉 E-Tech’, 전기차로 재탄생한 르노5(R5) 등 전기차는 수입해 차종을 늘린다. 상용차(LCV)는 트럭·버스인 ‘마스터’를 비롯해 ‘트래픽’, ‘캉구’ 등의 전동화 모델을 들여올 계획이 있다.
벨로니 부사장은 “한국은 수준 높은 취향을 가진 까다로운 시장”이라며 르노코리아가 ‘투 트랙’ 전략을 쓸 것이라고 했다. 수입 전기차는 프리미엄 소형 SUV 시장을 공략하고, 국내 생산인 하이브리드 SUV는 볼륨(대량 생산) 모델로 각각 운용하는 것이다.
| 아르노 벨로니 르노 브랜드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성동구 ‘르노 성수’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르노코리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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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통해 르노는 최근 5년간 이어진 판매 부진을 극복할 계획이다. 지난해 르노코리아의 연간 판매량은 2만2048대로 2019년 대비 74.6% 내려앉았다. 벨로니 부사장은 “시장 점유율이나 판매량뿐만 아니라 수익률이 개선되면 차 가격을 내리지 않아도 되므로 차와 고객을 더 존중할 수 있다”며 “오로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르노 브랜드 이미지도 바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브랜드로 출발한 만큼 고객에게 ‘르노’를 알리기 위한 작업도 진행한다. 서울 성수동에 이어 부산에도 새 엠블럼을 활용한 플래그십 전시장을 열어 고객 접점을 늘린다. 대형 쇼핑몰 등 도심형 콘셉트 스토어도 확장하며, 새 엠블럼을 적용한 ‘굿즈’ 마케팅도 강화한다.
벨로니 부사장은 “조만간 부산 플래그십 전시장을 열고 다양한 ‘로고 플레이’를 진행할 것”이라며 “르노의 로고를 하나의 아이콘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