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답정너' 트윗 설문, 알고보니 쇼맨십?

김보겸 기자I 2021.11.08 17:02:51

"월급 안받으니 주식 팔아 세금낼까" 물어본 머스크
1222달러짜리 주식 6.24달러에 사들일 스톡옵션 있어
내년 8월 만료되는 옵션 행사하려면 소득세 18조원
테슬라 주가 연동되는 토큰 7%↓…주가 우상향 전망도

일론 머스크 (사진=AFP)
[이데일리 김보겸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세금을 내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할지 묻는 설문조사에서 절반 넘는 참여자들이 매각을 찬성했다.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어차피 주식을 팔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면서 트위터 설문조사가 쇼맨십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이 대거 매각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테슬라 주가에 대한 전망도 엇갈리고 있다.

◇억만장자세 의식했나…“주식 팔아 세금낼까” 설문

머스크가 지난 6일(이하 현지시간) 실시한 설문에는 24시간 만에 351만명 넘는 이들이 몰렸다. 58%는 주식 10% 매각에 찬성했으며 42%는 반대했다. 머스크가 “어떤 결론이 나오든 따를 것”이라고 밝힌 만큼 주식을 팔 것으로 보인다.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주식은 1억7040만주로, 이 중 10%를 매각하면 지난 5일 종가 기준 210억달러(약 24조8535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머스크가 이번 설문조사를 실시한 이유로는 미국 민주당이 상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억만장자세가 꼽힌다. 주식이나 채권 등 자산의 미실현 이익에도 최소 20%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다. 억만장자세를 도입하면 머스크 같은 억만장자들이 보유한 주식이 오를 때 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내야 한다. 실제 머스크는 설문조사를 올리면서 트위터에 “나는 현금으로 월급을 받거나 보너스를 받지 않고 주식만 가지고 있다”며 “내가 세금을 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주식을 파는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지난 6일 트위터에 올린 설문조사. 과반 이상이 테슬라 주식 10%를 팔으라고 답변했다(사진=머스크 트위터)
◇“머스크, 18조원 세금 내려 어차피 주식 팔았어야”

어차피 팔아야 하는 주식을 투표에 부친 건 쇼맨십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머스크는 지난 2012년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는 대신 테슬라 주식 스톡옵션을 받기로 했다. 내년 8월 만료되는 이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지난 5일 기준 주당 1222달러인 테슬라 주식 2286만주를 주당 6.24달러에 사들일 수 있다. 스톡옵션을 받을 당시 테슬라 1주 가격이다. 머스크가 주가 상승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280억달러(약 33조1380억원)에 달한다.

CNBC는 이번 분기에 머스크가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내야 할 세금이 150억달러(약 17조7735억원)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머스크 수준의 억만장자들에게 적용되는 소득세 37%와 순투자세 3.8%, 그리고 현재는 텍사스로 이주한 머스크가 캘리포니아주에서 살 때 스톡옵션 대부분이 승인됐다는 점을 고려해 캘리포니아주 최고세율인 13.3%를 더한 값이다. 주세율과 연방세율을 합해 머스크는 54.1%의 세금을 내야 한다. 머스크가 세금을 내기 위해서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월가에선 이 같은 쇼맨십 설문조사에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페이스북 전직 부사장 출신인 벤처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트위터에 “우리는 트위터 여론이 250억달러짜리 동전 던지기 결과를 결정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세도피처 연구의 권위자인 가브리엘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도 “세금을 내는 세계 최고 부자가 트위터 여론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날을 고대한다”고 썼다.

◇테슬라 주가 향방은

머스크가 보유한 주식을 한꺼번에 팔아치우면 테슬라 주가가 떨어져 일반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미 시장은 여론조사 과반이 주식 매각에 찬성한다는 소식에 반응하고 있다. 7일 FTX(암호화폐 파생상품 거래소)에서 테슬라 주가에 연동돼 거래되는 테슬라 토큰 가격이 7% 급락하면서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머스크가 테슬라 주가 조정을 바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테슬라 투자자이기도 한 로스 거버 가와사키자산투자운용 최고경영자(CEO)는 “거품주가 되는 건 테슬라에 좋지 않다”며 “머스크는 좋은 이유로 주가가 하락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테슬라 주가는 올 들어 73% 상승했다.

여전히 테슬라 주가는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웨드부시증권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테슬라 상승론자 고객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테슬라 주가 전망치를 주당 1500달러에서 18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아이브스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가 성장하면서 2022년까지 테슬라 주가의 핵심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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