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여년 전 창덕궁과 창경궁의 수도관 설치 계획도가 대중에 공개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6월의 큐레이터 추천 왕실 유물로 ‘창덕궁 및 창경궁의 수도관 설치 계획도’를 선정하고 대한제국 전시실에 전시해놓았다. 이 계획도의 본래 유물명은 ‘수도철관복입위치지도’로, 철제 수도관을 매설한 위치를 표기한 도면이라는 의미다.
창덕궁과 창경궁에 수도관을 설치한 이유는 1907년 7월 19일 순종이 황제로 즉위한 이후 창덕궁으로 옮겨가면서다. 창덕궁의 수리가 결정되면서 새로운 생활양식과 근대적 설비가 도입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이때 유입된 대표적인 것이 전기, 수도, 자동차 등이다.
고준성 국립고궁박물관 연구원은 “수도관 설치는 창덕궁에 근대적 설비와 문물이 도입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이때부터 조선 왕실의 궁궐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계획도는 근대기 궁궐의 변화 양상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유물 중 하나”라고 의미를 뒀다.
‘계획도’는 화지 1매, 클로스지 1매, 청사진 3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지로 제작된 도면에는 날짜가 표기돼 있어 1908년에 제작된 도면임을 알 수 있다. 도면은 창덕궁과 창경궁의 평면도를 근대적 측량술로 그렸고, 그 위에 철제 수도관의 배치 형태와 규격, 소화전의 위치 등을 표기했다.
수도관은 창덕궁의 정문인 돈화문에서 시작해 금호문을 통해 창덕궁 내부로 들어온다. 이후 창덕궁과 창경궁의 여러 전각을 거쳐 창경궁의 정문인 홍화문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설계됐다. 도면이 그려진 1908년은 서울에 수도가 공급된 이후로, 기존에 설치된 수도관을 궁궐 내부로 연장해 설치했음을 알 수 있다. 소화전은 인정전, 대조전, 명정전, 낙선재 등 주요 전각 주변에 설치돼 있었다. 화재에 대비한 방편으로 궁궐 안에 수도관을 설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현재 창덕궁과 창경궁의 수도 배관이나 소화전의 배치는 계획도에 표기된 위치와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1908년 이후로도 형태나 위치가 달라지지 않은 전각 주변의 소화전 위치는 계획도와 일치하는 부분도 있다. 고준성 연구원은 “대한제국을 기록한 사진 자료와 서양식 가구, 복식 등과 함께 설계도를 보며 100여년 전 대한제국의 모습을 그려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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