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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이번 시범사업을 통해 병원 안에서 간호사들의 의료행위를 한시적으로 허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6일 기준 주요 99개 수련병원 소속 전공의 80.6%인 9909명이 사직서를 제출했고 의사 집단행동 피해상담이 623건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PA 간호사’와 ‘비대면 진료’가 의사들에 대한 압박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대해선 의료기관장이 내부 위원회를 구성하고 간호부서장과 협의해 설정 및 고지하도록 했다. 다만 사망진단, 프로포폴에 의한 수면 마취 등 대법원 판례로 명시적으로 금지된 행위는 제외된다. 정부는 오는 29일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제정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의료인의 사법리스크를 완화해 주기 위한 입법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PA 간호사 시범사업이 시행되는 것에 대해 현장 반응이 달갑지만은 않다. 간호계에서도 PA 간호사를 확대하는 것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시범사업을 통해 의료행위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더라도 불법 의료행위에 대한 소송 부담이 여전하다는 것이다. 또 구체적인 업무 범위를 설정하지 않은 채 시범사업으로 드라이브를 걸게 되면 업무량만 많아질 수 있다고 봤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소속 간호사인 손미영 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범사업을 근거로 PA 간호사를 또 불법, 편법 의료에 동원하려는 정부에 경악했다”며 “의료법에 규정된 간호사 업무를 바로 세우지는 못할망정 일개 병원장 마음대로 간호사 업무를 규정하게 할 수는 없다”고 반발했다.
의료행위의 주체가 당연히 ‘의사’일 것으로 여겨온 환자들도 우려를 내비쳤다. 서울아산병원에 진료받으러 온 윤모(62)씨는 “의사와 간호사는 엄연히 역할이 다르다”며 “의료 사고라도 발생하면 간호사도 힘들겠지만 최대 피해자는 환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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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이 생소한 60대 이상 노인들도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비대면 진료가 의료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인 ‘중증 환자’들까지 흡수할 수는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남세브란스병원에 진료를 온 정모(88)씨는 “혼자 살고 있어서 (앱 사용법을) 누구한테 물어볼 수가 없다”며 “진료는 환자를 직접 마주 보고 진찰해야 결과가 정확하고 안심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박모(32)씨도 “비대면 진료를 하면 약 처방을 남발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며 “사람의 몸, 컨디션은 늘 상태가 다르니까 무조건 직접 검진을 하고 약을 받아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