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미트 전 CEO는 국방수권법에 근거해 지난 2018년 의회가 설치한 미국 인공지능(AI)에 관한 국가안보위원회(NSCAI·이하 위원회)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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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이 위원회는 최근 2년 간의 연구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내리고, “미국이 반도체를 설계하고 이를 직접 제조할 수 있는 탄력적인 국내 기반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의회에 권고했다. 슈미트 위원장은 이날 “대만에 대한 의존 탓에 미국 기업과 미군을 움직이는 최첨단 반도체 및 반도체 기술분야에서의 경쟁력을 잃어버리기 직전 상황에 처해 있다”고 경고했다.
이 위원회의 공동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밥 워커 전 국방부 차관도 “대만을 독립된 국가가 아닌 자신들의 한 지방정부로 보고 있는 중국이 대만에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도체분야에서의) 대만 의존은 심각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반도체산업이 여전히 중국에 비해 2세대 정도 앞선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우위를 잃지 않기 위해서는 신속하게 대응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워커 공동 위원장은 중국과 대만 간의 거리인 110마일을 언급하며 “우리와 중국 간 격차가 2세대에서 110마일 더 벌어져 있지만, 만약 중국이 대만을 흡수한다면 우리에게는 경쟁력의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의 수위를 높이기도 했다.
미국 행정부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4대 품목에 대해 핵심 공급망을 개선토록 하는 검토 작업을 시작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TSMC를 설득해 애리조나에 현지 공장을 짓도록 하는 등 해외 반도체 생산 의존도를 줄이는 조치도 취하고 있다.
총 756페이지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에서 위원회는 주로 AI가 미국 경제와 소비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분야를 적시하면서도 동시에 “중국이 첨단 기술에 투자하면서 미국에 닥칠 수 있는 전략적인 취약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보고서는 “미국은 AI분야에 관한 한 대학과 민간부문에서 글로벌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다가온 시대에 대해서는 준비가 돼 있지 못하다”고 지적하며 “중국은 미국의 기술 리더십과 군사적 우위, 세계시장에서의 더 넓은 지위에 도전할 수 있는 힘과 재능, 야망을 가진 경쟁국가”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위원회는 고급 컴퓨팅 연산에 사용되는 반도체 칩을 만드는데 필요한 반도체 장비가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사용될 것을 우려하며 이를 단속할 것을 권고했다. 미국이 장비를 제공하는 기업, 국가와 협력해 첨단 칩 제조장비의 대(對)중국 수출을 제한토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현재 전세계 다수의 칩 제조기업은 글로벌 1위 장비기업인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램 리서치 등 미국업체 장비를 쓰고 있다. 이들 장비는 모두 미국의 수출 규제품목에 포함돼 있다. 또 일본 니콘, 캐논과 극자외선(EUV) 공정장비를 유일하게 공급하는 네덜란드의 ASML도 주요 장비납품업체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반도체 제조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 외에도 한국, 대만 등이 미국 내에서 반도체 생산을 확대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도록 권고하기도 했다. 또 반도체 제조에 투입되는 장비 투자에 40% 세액공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