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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중동행(行) 전세기에 몸을 싣는다. 지난달 24일 캐나다·미국 등 북미 출장을 다녀온 지 불과 12일 만이다. 귀국 당시 “현장의 처절한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와 마음이 무겁다”며 엄중한 현실 인식을 드러낸 데 대한 후속 조처로 풀이된다. 즉, ‘가보지 않은 미래 개척’을 골자로 한 ‘뉴삼성’ 완성의 전초전, 신(新)시장 뚫기를 위한 글로벌 광폭 행보의 일환이라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이 부회장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열흘이다. 이날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 재판 후 출장길에 나선 이 부회장으로선 다음 공판일인 16일 전에 귀국해야 하기 때문이다.
첫 행선지는 아랍에미리트(UAE) 수도 아부다비다. 이와 관련,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석유 의존을 줄이고 4차 산업혁명기 새 도약을 추진 중인 중동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 ‘새 시장 개척’에 직접 나선 셈”이라고 했다. 이 부회장이 2019년 2월 각각 아부다비·화성사업장에서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를 두 차례 만난 적이 있는 만큼 이번 출장에서도 그와 재회할 공산이 크다. 두 사람 간 회동에선 5세대(G) 이동통신 및 정보기술(IT) 미래사업 분야에서 협력 확대방안 등이 논의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화성사업장 방문 당시 빈 자이드 왕세제는 방명록에 “인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혁신과 최신 기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UAE는 새 기술을 도입하는데 큰 관심이 있으며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을 응원한다”고 썼었다.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야 수도 리야드로 자리를 옮겨 2019년 6월 서울과 같은 해 9월 리야드에서 각각 접촉한 바 있는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도 조우할 가능성이 있다. 당시 두 사람의 서울 만남은 고(故) 이건희 회장이 선대회장의 거처를 물려받아 집무실 겸 영빈관으로 활용했던 승지원에서 이뤄져 주목받은 바 있다. 승지원은 삼성의 핵심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재계에선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나선 이 부회장과 사우디 국가개혁 프로젝트인 ‘비전 2030’을 이끄는 빈 살만 왕세자 사이에 ‘상호 협력’ 시너지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해석이 나왔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이 부회장이 제시해 온 인공지능(AI)·5G·시스템반도체 등 미래비전에 큰 관심을 두고 있어 승지원까지 찾아온 것으로 안다”며 이번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진다면 양측간 협력의 결실이 맺어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UAE·사우디를 넘어 카타르·쿠웨이트를 찾거나, 중국·베트남 등의 생산시설 등을 시찰할 가능성도 점치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측은 “현재 알려진 출장 행선지는 UAE뿐”이라고 했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여러 위기의식을 느끼는 탓에 글로벌 광폭 행보를 펴는 것”이라며 “수년째 이어지는 사법리스크는 이 부회장 경영 활동을 제약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미 끝난 재판만이라도 과감하게 사면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재계의 공통된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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