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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성차별 문제는 프랑스 문화에 깊이 뿌리박혀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젠틀맨같은 이미지가 있지만, 드러나지 않은 문제점이 많다. 한국 여성들은 많은 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지고 목소리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용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의 인기 만화가 페넬로프 바지외가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처음 한국을 방문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몽드’의 블로그에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매주 한 차례 연재해 온 동명의 웹툰을 두권의 책으로 엮었다. 연재 당시 프랑스 만화계를 넘어서 대중의 핫이슈로 자리잡으며 조회수 50만 이상을 기록했고, 출간 이후 첫 5개월 동안 7만5000부 이상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21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출간기념 간담회에서 바지외는 “모든 국가를 아우르는 여성상을 찾고 싶었다”며 “세상을 바꾼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도전에 맞서는 과정에서 역사를 바꾸게 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집필의도를 밝혔다.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은 주어진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여성 30인의 삶을 만화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기원전 4세기의 산부인과 의사 아그노디스, 노년 여성의 생활 공동체를 만든 사회운동가 테레즈 클레르까지 모든 역경을 딛고 원하는 바를 이뤄낸 위대한 인물들을 조명했다.
“삶의 태도와 변화 과정에 초점을 맞춰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던 인물들을 새롭게 끌어냈다. 각 여성들이 힘든 여건 안에서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바꿔나갔는지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걸크러시’ 만화를 그리면서 나 역시 힘과 용기를 얻고 분노도 느꼈다. 나에게는 세상을 보는 관점을 바꿔준 고마운 책이다.”
최근 한국사회를 뜨겁게 달군 ‘여성 성범죄’ 이슈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한국의 버닝썬 클럽에서 발생한 일명 ‘물뽕 사건’에 대해 전해듣고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 프랑스에서도 여성과 관련한 범죄는 여전히 많고 충격적인 일도 종종 발생한다. 피해자는 보호받고 가해자는 마땅히 처벌을 받아야하는데 프랑스에서도 이러한 시스템이 완전히 자리잡지는 못했다.”
그는 성차별 문제가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우리 시대의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바지외는 “같은 직종에 종사하는데도 여성들이 20% 소득을 덜 받는다던가 여성들이 가정폭력에 더 노출되는 등의 문제가 여전히 존재한다”며 “프랑스에서는 ‘미투 운동’이 언론의 호응을 얻지 못했고 구체적인 처벌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