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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수능에 출제된 지문이 입시학원 모의고사와 같은 내용이라 ‘판박이 논란’이 일었던 영어 23번에 대한 이의신청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문의 출처는 같지만 문항 유형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평가원은 해당 이의제기가 문항·정답 오류에 관한 것이 아니란 이유로 심사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이러한 내용의 2023학년도 수능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29일 발표했다. 앞서 평가원은 지난 17일 수능 이후 21일까지, 총 5일간 수능 문제·정답에 대한 이의신청을 받았다. 접수 결과 총 663건의 이의신청이 제기됐다. 평가원은 이 중 중복 의견 등을 제외하고 최종 67개를 선별, 심사를 진행했다.
평가원은 “수능 출제에 참여하지 않은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실무위원회 심사와 이의심사위원회의 최종 심의를 거쳐 67개 문항 모두 문제·정답에 이상 없음으로 판정했다”고 밝혔다.
영역별로는 전체 이의신청 건수 중 52.6%(349건)가 영어 영역에 집중됐다. 이 중 상당수가 듣기평가 음질 문제에 대한 불만(215건)이었으며, 영어 23번에 대한 문제 제기(127건)도 다수를 차지했다. 특히 23번 문항에 출제된 지문은 한 대형 입시학원 강사 A씨가 제공한 모의고사에서도 같은 지문이 나와 논란이 됐다.
해당 지문은 캐스 선스타인(Cass R. Sunstein) 미국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Too Much Information) 79페이지를 발췌한 것이다. 실제 수능에선 지문을 읽고 주제로 가장 적절한 것을 찾는 문제가 출제됐지만, 해당 모의고사에선 문맥상 낱말의 쓰임이 적절치 않은 것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다.
평가원은 이를 두고 지문은 같지만 문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우연의 일치”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에 대해 이의신청자들은 “해당 학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게 유리하다”며 전원 정답 처리 등을 요구했지만 평가원은 이를 일축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영어 23번 문항은 문항·정답 오류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이의신청 심사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며 “특정 강사의 사설 모의고사 문항과 동일한 출처의 지문을 활용하고 있지만 지문의 출처만 동일할 뿐 문항 유형이나 선택지 구성이 다른 문항”이라고 밝혔다.
영어 다음 이의신청이 많은 영역은 사회탐구로 총 115건(17.3%)이 접수됐다. 이의제기 문항은 총 27개로 사회문화·동아시아사 과목에서 제기된 것들이다. 사회문화 7번 문제에선 1번이 아닌 3번 선택지가 정답이란 주장이 많았다. 제시문 속 ‘을’의 행동은 머튼의 아노미 이론으로 설명되는 사례이기에 이를 서술하는 3번 선택지가 정답이란 주장이다. 동아시아의 경우 10번 문제에 대한 이의제기가 많았는데 1번 선택지에서 제시된 ‘송과 대립하였다’에서 ‘송’이 송제양진의 송(420~479년)나라인지, 조광윤이 건국한 송(960~1279년)인지 구분이 어렵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평가원은 이런 이의신청을 모두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