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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10일 임시 주주주총(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최종 부결됐다고 밝혔다.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한데 약 26만7000여주 차이로 부결됐다. 소액주주들이 전자투표를 통해 반대표를 내면서 결집한 것이 국민연금까지 움직인 것으로 보여진다. 반대표는 무려 참석 주주의 35.1%인 554만4266주가 나왔다.
인적분할 반대의 가장 큰 요인은 한무쇼핑의 계열분리로 파악된다. 회사는 한무쇼핑의 현금을 활용해 신사업을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주주 설득 명분으로는 부족했다는 평가다.
한무쇼핑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킨텍스점, 충청점 및 김포아웃렛, 남양주아웃렛 등 총 6개의 백화점과 아웃렛 점포를 소유하고 있는 알짜 회사다. 이런 한무쇼핑을 백화점 산하가 아니라 지주회사 산하로 계열분리하는 것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주들은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대백화점 계열로 있는 현대백화점면세점과 지누스는 당장 수익보다는 비용이 더 많이 들어가는 사업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회사가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체 제고를 위한 공약을 내걸었음에도 주주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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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은 인적불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현대백화점은 “이번 임시 주총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의 우려를 고려해 신중하게 추진했던 분할 계획과 주주환원정책이 주주분들께 충분히 공감받지 못한 점에 대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어 “현대백화점은 임시 주총에서 분할계획서 승인의 건이 부결됨에 따라 그간 추진해왔던 인적분할 및 분할을 전제로 시행 예정이었던 계획은 진행하지 못하게 됐으며, 향후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재추진할 계획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자사주 소각 등 계획도 백지화했다. 이에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다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김형종 현대백화점 대표는 주주총회 후 기자와 만나 “이전에 발표했던 주주환원정책은 전면 취소하고, 별도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백화점의 성장 한계로 인한 저평가를 제거하고자 했으나 최종적으로 부결됐다”며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시장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도록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심도있게 고민하겠다”고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날 주총 승인을 얻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계속 추진할 예정이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정교선 현대그린푸드 부회장 형제가 공동 경영하고 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이번 지주사 설립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포석으로 봤다. 홀딩스 전환 이후에는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그린푸드 지분 12.7%를 현대그린푸드가 보유한 현대백화점 지분(12.05%)과 교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인적분할 무산으로 향후 계획 등에도 변수가 생긴 상황이다.
현대백화점과 현대그린푸드는 “앞으로도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제고시키는 방안을 심도 있게 모색해 나가도록 하겠다”며 “적극적인 자세로 주주와 시장의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며 긴밀한 소통을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