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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정부는 지난 7일 임신 초기인 1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4월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처벌하도록 한 형법상 낙태죄가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지 1년 6개월 만이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올해 연말까지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하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이날 공동행동 측은 정부의 입법예고안이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이라는 법 개정 취지에 반한다고 강조했다. 처벌 조항을 형법에 그대로 남겨두는 것 자체가 위헌이라는 것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주수 기간, 사회경제적 사유, 상담 등의 절차와 같은 허용 요건을 신설하면서 ‘위헌적 상태를 제거했다’고 선전하지만, 이는 여성과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여성에 대한 처벌을 끝내 유지하면서 여성의 권리와 자격을 심사하겠다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합법적인 임신중지의 요건으로 상담과 숙려기간을 의무화한 점도 우려했다. 그동안 이 같은 제도를 시행한 다른 국가에서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고, 오히려 낙태시기를 늦춰 여성 건강을 해롭게 할 뿐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들은 오히려 “임신 당사자의 의사 결정권을 침해하는 상담 등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상담 내용과 기준을 법으로 규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공동행동은 정부 입법예고안이 의사의 개인적 신념에 따른 낙태 거부를 인정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 삼았다. 이들 단체는 “현재 산부인과의 지역별 격차도 매우 큰 상태에서 (의사의 낙태 거부를 인정하면) 여성들은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찾아 전전해야 한다”면서 “이는 안전하고 합법적인 임신 중지에 대한 접근을 부정하는 또 하나의 장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나와 ‘전면 비범죄화’, ‘왜 국가가 여성의 몸을 통제하느냐’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 위에 눕는 단체 행동을 하며 정부에 항의의 뜻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