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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1997년11월 IMF 체제로 전환하자 고금리와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미도파가 도산하면서 향토백화점이 줄줄이 문을 닫았다. 당시 미도파백화점은 신세계(004170)백화점과 함께 우리나라 유통업의 ‘산역사’로 불리기도 했지만 끝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후 롯데쇼핑(023530)이 2003년 부도난 미도파백화점을 인수했다.
20년이 흐른 현재, 백화점이 또 한 번 위기에 처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졌다. 온라인채널이 강세를 보이면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온라인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3.1% 증가했지만 백화점은 0.9% 성장하는 데 그쳤다. 국내 백화점 매출성장률은 2011년 11.4%를 끝으로 한자릿수에 머물고 있다. 이 또한 신규 매장 출점에 따른 성장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차지운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새로운 채널 등장이 중장기적으로 백화점 성장세를 불투명하게 만들었다”며 “신규점 출점을 통한 전체 백화점 시장의 추가적인 성장은 가능하지만 구조적인 성장은 역부족”이라고 했다.
국내 백화점 ‘빅3’의 지난 3분기 실적을 보면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하락한 7조5780억원, 영업이익은 57.6% 감소한 74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069960)도 상황은 같다.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69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5.1% 줄었다.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4223억, 594억원으로 각각 0.3%, 6.9% 줄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매출액은 4426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6% 증가, 영업이익은 397억원으로 7.7% 증가했지만 강남점과 대구점 등 신규점 효과가 컸다는 분석이 많다.
롯데는 중국의 사드보복 영향이 컸다. 다만 현대백화점은 사업다각화 전략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백화점은 백화점사업의 성장 둔화를 감안하더라도 대부분 점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며 “사업다각화가 경쟁사에 비해 약하다는 점도 앞으로 실적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년까지 신규출점 계획이 없어 실적반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핵심상권이 노후화하고 젊은층은 온라인에, 가족고객은 교외 아웃렛으로 뺏기는 상황에서 사업다각화를 통한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 도입 등 내부혁신을 하고 있지만 전통적인 백화점 포맷에서 탈피해 쇼핑과 함께 문화, 휴식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아웃렛과 같은 복합상업시설 형태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