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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줘서 고마워"…아들 입관식에 엄마는 10분 만에 실려갔다

김화빈 기자I 2022.09.08 21:52:03

새벽에 차 빼러 가는 엄마 걱정돼 함께 나선 효자
평소 엄마 껌딱지로 불릴 만큼 각별했던 모자
"너라도 살아야 한다"는 母 말에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데일리 김화빈 기자] 11호 태풍 ‘힌남노’로 인근 하천이 범람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7명이 사망한 가운데 6일 새벽 아픈 어머니가 걱정돼 따라 나섰다가 변을 당한 중학생 김모(14)군의 입관식이 열렸다.

극적으로 구조됐던 김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입관 시간에 맞춰 입관실로 들어갔으나 10분 만에 들것에 실려 나와 구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8일 오후 경북 경찰청 수사전담팀이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현장감식을 벌이고 있다 (사진=뉴스1)
8일 포항시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는 지하주차장 침수로 숨진 희생자들의 입관식이 잇따라 열렸다.

이날 오후 3시 20분쯤 희생자 중 가장 어린 김모(14)군의 입관식이 열렸다. 김군은 평소 ‘엄마 껌딱지’로 불릴 만큼 어머니에게 살가웠던 아들로 알려졌다.

갑자기 불어난 물에 생사가 위태로워지자 김군의 어머니는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대피시켰지만, 아들은 급류에 휩쓸려 심정지 상태로 돌아왔다. 배관 위 에어포켓에서 버틴 어머니는 구조됐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당시 자동차에 타지 않았던 김군은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차 안에 갇힌 어머니를 발견하고선 차 문을 열어 빼냈다.

그 순간 지하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차올랐고 어머니는 급박한 상황에서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김군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다. 자신은 어깨가 불편하고 수영을 못하기 때문에 다른 주민들에게 짐이 될까 염려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후 주차장에서 헤어지면서 김군은 어머니에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한 마디를 남기고 사라졌다고 한다. 이것이 모자의 마지막 대화로 전해졌다.

김군 아버지는 “집사람이라도 살아서 다행”이라며 “아내가 정신적으로 불안한 상태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군의 친구들은 김군에 대해 “친구랑 약속 있어도 엄마가 가자고 하면 약속을 깨고 갔을 정도로 어머니를 잘 따랐던 친구”라며 “(김군이) 엄마랑 차 타고 드라이브도 가고, 엄마가 장 보러 가자고 하면 장 보러 선뜻 잘 갈 정도로 엄마랑 찰싹 붙어 다녔다”고 회고했다.

모자의 사연을 접한 윤석열 대통령은 “중학생 아들을 잃은 어머니, 부모님을 함께 잃은 자녀들, 늦은 나이에 결혼도 하지 않고 홀어머니를 극진하게 모시고 살아온 아들을 잃은 어머니, 이분들에게 어떠한 말로도 위로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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