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 3사가 ESG 펀드에 공동 출자하는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SKT가 지난해 8월 카카오와 ESG 혁신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에서 100억원씩 출자해 총 200억원 규모의 ESG 펀드를 조성한 바는 있지만, 통신 3사가 모두 ESG 펀드에 공동 출자한 사례는 없다.
이들은 ESG 중에서도 보다 지표가 확실한 ‘환경(E)’ 분야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세계 통신사들이 지속 가능한 네트워크를 구현하기 위해 친환경 방안을 속속 내놓는 것과 결을 함께 한다. 앞서 에릭슨과 화웨이는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차원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통신망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노키아는 장비에 발생하는 고열로 물을 데우고 그 물을 회수해 전기로 전환하는 ‘액체 쿨링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국내 통신 3사는 지난해부터 ESG 전담조직을 신설하는 등 ESG 활동을 전개해왔다. 첨단 ICT 기술을 기반 삼아 친환경 경영뿐 아니라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데 기여하겠다는 의지다.
업계에서는 통신 3사가 공동 출자 시 통상 활용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OTA)의 KIF투자조합을 거치지 않고 별도로 출자한 것을 두고 “통신 업계가 ESG 외연 확장에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고 해석하고 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ESG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이 매우 중시하고 있는 개념”이라며 “해당 목적의 ESG 펀드 조성에 통신 3사가 모두 LP로 나서는 모습은 흔하지 않은 사례”라고 전했다.
한편 KB인베스트먼트는 이번 사례로 ESG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게 될 전망이다. KB인베스트먼트의 모그룹인 KB금융그룹은 지난해 미국 S&P Global의 ‘2021년 다우존스 지속가능 경영지수’에서 국내 금융기관 최초로 은행산업부문 글로벌 1위에 선정됐고, 같은 해 그룹 차원에서 2030년까지 ESG 관련 투자와 대출을 50조원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KB인베스트먼트의 이번 ESG 펀드 운용은 모그룹의 이러한 움직임에 따른 전략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