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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학과는 기업과 대학이 협약을 맺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2003년 도입됐다. 기업에서 학생 등록금의 최대 전액 지원하기에 학생들은 저렴한 학비로 대학을 다닐 수 있고 졸업 후 채용을 보장 받는다. 기업 입장에선 반도체 관련 이론, 실습 경험을 갖춘 인재를 확보함과 동시에 우수한 인재의 유출을 방지할 수 있단 장점이 있다.
현재 계약학과 졸업생 규모는 크지 않은 편이지만 내후년부터 전국 각지에서 졸업생들이 배출되며 취준생들 사이에선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신입 공개채용을 진행하는 국내 주요 대기업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고, 취업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계약학과 학생들이 대거 취업하기 시작하면 신입 채용 규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공정기술 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졸업생 김모(25)씨는 “반도체 사이클도 내년에 안 좋아져서 취업이 더 힘들어질 것 같은데 내년부터 계약학과 졸업생과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라며 “취업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토로했다.
올해 기준 계약학과 졸업생이 나오는 대학은 성균관대에 불과했다. 다만 △2022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2023년 서강대, 한양대, 포항공과대(포스텍) △2024년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이 차례로 계약학과를 신설하며 앞으로 계약학과 졸업생은 늘어날 예정이다. 입학 정원 기준으로 보면 2~3년 뒤 계약학과에서 배출되는 인원의 총규모는 내년 초 대비 최대 3배다.
이에 최근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이 일부 대학을 대상으로 대만 지사에서 근무할 인재 찾기에 나서면서 취준생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건국대와 서울시립대, 부산대, 경북대 등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할 예정인데, 해당 학교의 재학생이 아니더라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마이크론은 채용 설명회 직전에 실시한 면접에 합격하면 바로 채용한다는 조건까지 걸었다.
전문가들은 계약학과 졸업생이 증가하더라도 반도체 산업이 인력난을 겪고 있는 만큼 채용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종환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은 수천 명에 달할 만큼 많아서 (계약학과 졸업생이) 채용에 영향을 주는 수준은 아니다”라며 “계약학과가 아닌 학생들에게도 기회는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