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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적을 의식한 걸까, 서울시는 이날 기자설명회에서 국가상징공간 조성의 정당성을 피력하면서 재작년 8월 한국리서치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해당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기인 태극기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7%는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했고 28%가 ‘긍정적인 편’이라고 답했다.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태극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느니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는 것 역시 정당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해당 여론조사는 우리 국민에게 태극기 자체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것이지,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물어본 것은 아니다. 모든 일에는 적절한 때와 장소가 있고 이는 태극기도 예외는 아니다. 이러한 지적을 받은 서울시 관계자는 멋쩍게 웃기만 할 뿐, 별다른 반론을 내놓지는 않았다.
‘광장에 이미 이순신 장군·세종대왕 동상 등이 자리하고 있는데 초대형 태극기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에 서울시는 “미관과 동선을 신중하게 고려해 장소를 선정했다”고 답했다. 아울러 “첨단 미디어 파사드 기술을 적용해 새로운 명소로 만들고 광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구상을 덧붙였다. 일견 수긍이 가긴 하나 ‘그것이 꼭 태극기여야 하느냐’는 근본적인 질문엔 명쾌한 해답이 되진 못한다.
게양대와 더불어 ‘꺼지지 않는 불꽃’을 굳이 광화문광장에 만드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국가보훈부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는 답변은 오히려 씁쓸한 뒷맛을 더한다. 모든 시민이 납득할 만한 명쾌한 이유는 내놓지 않고 보훈부에 반쯤 책임을 돌리는 게 과연 최선이었을까.
호국영령의 고귀한 희생은 마땅히 기억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이 광화문광장에 초대형 태극기를 설치해야 할 완전한 이유가 되지는 않음을, 국민적 공감대 또한 충분히 형성돼 있지 않음이 서울시의 진땀 빼는 대답에서 은연중에 드러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