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우리나라는 2013년 기준 에너지 수입률이 95.7%에 달하는 등 사실상 에너지 전부를 수입하고 있다. 정부는 30여년 전 석유공사, 광물자원공사, 가스공사 등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섰다. 민간기업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성공불융자도 도입했다.
그런데 해외 자원개발 사업 관련 예산이 2010년 1조7015억원에서 올해 3587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특히 유전개발 출자 예산이 2010년(1조2556억원)의 4.5% 수준인 570억원으로 급감했다. 자원개발 공기업들은 부채를 줄이려고 그나마 갖고 있던 자산마저 내다 팔고 있다. 24일에는 민간기업의 해외 자원개발을 유도하기 위한 성공불융자의 내년 예산마저 ‘0원’으로 책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내년 성공불융자 ‘0원’..민간투자 ‘멈춤’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이처럼 쪼그라든 것은 현 정부 초반부터 정치권을 중심으로 해외 자원개발이 공공기관의 부채가 급증한 원인으로 지목된 영향이 크다.
석유공사의 무리한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등 부실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드러나면서 올해 초 국회 국정조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경남기업의 성공불융자 횡령 논란이 불거지는 등 적지 않은 정치적·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검찰은 지난 달 김신종 전 광물자원공사 사장에 대해 배임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강영원 전 석유공사 사장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감사원도 지난 달 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의 해외 자원개발 사업 성과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중간결과를 발표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12조8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는데, 이는 당초 예상보다 4배 가량 많을 뿐더러 앞으로도 실적이 부진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렇다 보니 해외 자원개발 신규사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과 2012년에 각각 42건, 18건이었으나, 박근혜 정부 들어서는 2013년 8건, 2014년 5건, 2015년 4건 등으로 크게 줄었다. 그나마 2014년과 2015년에 진행된 신규사업은 모두 민간에 의해 이뤄졌다.
하지만 앞으로는 신규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기업이 아예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해외 자원개발의 필요성이 줄어든데다, 내년에 성공불융자를 통한 지원이 끊기면서 SK이노베이션(096770), 대우인터내셔널(047050), GS에너지 등 그나마 남아 있는 민간기업들마저 해외 자원개발에서 아예 손을 뗄 것으로 보인다.
◇저유가, 자산매입 기회..韓, 헐값에 매각 중”
그러나 자칫 에너지 안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해외 자원개발을 멈춰서는 안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아울러 국제유가가 하락한 지금이야말로 해외 자원개발 적기라는 조언이다.
성원모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기업이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성공불융자 지원마저 없어지면 민간기업들도 모두 사업에서 손을 뗄 것”이라며 “이에 따른 악영향은 향후 10년 동안은 지속될 것이고, 유가가 다시 올랐을 때엔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사업을 살려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은녕 서울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도 “해외 자원개발을 해야 할 시기에 정부는 돈이 없다면서 헐값에 자산을 내다 팔고 있다”면서 “민간기업이라도 투자에 나서야 하는데 공기업이 잘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명확한 이유 없이 성공불융자를 없앤 것은 매우 잘못된 판단”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중국은 오히려 자원개발을 확대하는 등 저유가를 기회로 삼고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비핵심 자산은 팔아도 괜찮지만 핵심 자산은 고유가 시대에 대비해 보유하고 있거나 사들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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