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경북 고령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24분께 고령군 덕곡면 옥계리 한 민간 목장에서 기르던 암사자 사순이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112에 접수됐다.
목장 관리인이 먹이를 주고 청소하기 위해 사육시설로 들어간 사이 사순이가 탈출했고, 20~30m 떨어진 수풀에서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엽사들에 의하면 수색을 시작한 지 20~30분가량 지났을 때 사순이를 발견해 사살했다. 사순이가 맹수이고 민가로 접근할 수 있으며, 마취를 시도했다가 실패하면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현장에서 고령군, 소방 당국 등이 협의해 결정한 사안이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암사자가 위험 동물로 지정돼 있어 현장 기관의 판단 아래 사살을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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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순이는 목장에서 멀리 도망가지 않고 주변을 배회하거나 앉아 있었다고 한다.
카라는 “고령임을 감안하더라도 사순이의 몸은 매우 말라있었다. 또 그간 감금되어 살아왔을 사육장 안은 행동풍부화 도구 등 사순이의 최소한의 복지를 위한 어떤 사물도 없이 시멘트 바닥뿐이었다”며 “탈출 후에 목장 바로 옆의 숲 속에 가만히 앉아 있던 사순이는 그저 야생동물답게 흙바닥 위 나무 그늘에 몸을 뉘어보고 싶었을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고 했다.
카라는 “사순이와 같은 사자는 현재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이하 사이테스) 부속서 Ⅱ급에 해당하는 종이다. 우리나라의 야생생물법에서는 사이테스종 중 포유류 및 조류(앵무새 제외)는 개인의 사육이 불가능하다”며 “즉 사순이는 그동안 합법적으로 사육할 수 없는 개체였어야 했다. 그러나 해당 법령은 2005년에 제정됐다. 2005년 이전부터 사육되던 사순이의 경우 법령을 소급적용할 수가 없어 사순이는 지금껏 정책적 사각지대 속에서 개인의 소유로 합법 사육되어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목장주는 전 주인에게서 사순이를 양수한 후 동물원과 관할인 대구지방환경청에 사순이의 거처를 물색해봤지만 결론은 ‘갈 곳이 없다’였다. 그 후 환경청의 형식적인 감독하에 개인인 목장주가 지금껏 사순이를 책임져온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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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그런 와중에도 사순이처럼 개인이 불법 혹은 사각지대에서 기르다가 감당하지 못하는 동물들, 김해 부경동물원의 사자 ‘바람이’처럼 부적합한 전시시설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이런 리스크를 동물들의 고통과 국민 안전에 대한 위협으로 아슬아슬하게 감당하고 있다”며 “환경부는 이런 현실을 방기해서는 안된다. 대형 야생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시설 마련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금이야말로 동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어 소비하는 단순 유락·전시시설인 ‘동물원’의 역할 전환을 진지하게 고민할 때”라며 “더 이상 동물의 고통을 양분 삼는 돈벌이 시설이 아닌, 야생으로 돌아갈 수 없는 동물들을 수용하여 보호하고, 멸종위기종을 보전하며 그간 동물원에서 벌어졌던 우리의 과오가 후대에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시설이자 교육시설, ‘생츄어리(Sanctuary)’로의 전환이 논의되어야 한다”고 했다.
카라는 끝으로 “평생을 갇혀 산 사자 사순이의 삶과 고통스러웠을 마지막에 미안하다. 명복을 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사순이는 적법하게 사육된 개체로, 관리 소홀로 인한 인명 피해가 없어 목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업무상 과실치상 등 형사상 어떠한 혐의도 적용할 수 없는 상태다.
다만 환경청으로부터 수사 의뢰가 들어오면 수사 여부를 다시 검토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내다봤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지난해 8월 목장 소유권이 변경된 이후 양도·양수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확인해 야생생물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양 당사자에게 과태료 100만 원 이하를 부과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