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 대표와 이준석계 지도부 간 갈등은 다음 달 초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나오는 시기를 전후해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법원의 가처분 결과가 기각이든 인용이든 허 대표와 이준석계 지도부간 갈등은 쉽사리 진정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를 열고 “다수의 결정이 곧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이준석계 지도부에서 지난 26일 당원소환 투표 결과에 따라 선포한 ‘당 대표직 상실’에 대해 인정할 수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날 최고위에는 류성호 사무총장, 정재준 당대표 비서실장, 최진환 당대표 정무실장, 정국진 (선임)대변인, 이상옥 정책위 부의장이 배석했다.
앞서 천 원내대표 등 이준석계 지도부는 허 대표가 당직자 임명 과정에서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사무처에 부당한 지시를 했다며 지난 24일~25일 양일간 당원소환(해임) 투표를 시행했다. 이후 26일 최고위를 열어 투표 결과에 따라 허 대표직 상실을 의결했다.
당원소환제는 당 대표를 포함한 당직자가 당헌·당규 등을 위반해 당의 위신을 해치거나 존립에 악영향을 미치게 할 경우, 당원들이 소환해 파면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개혁신당 당헌·당규는 으뜸당원 3분의 1 이상의 투표 참여와 유효 투표의 과반수 찬성이면 당원소환(해임)을 확정한다.
당시 허 대표 당원소환 투표에는 으뜸당원 2만1694명이 참여해 1만9943명(91.93%) 찬성, 1751명(8.07%) 반대로 대표직 상실이 결정됐다. 조대원 최고위원의 퇴진도 결정됐다. 조 최고위원에 대한 당원소환 투표 결과는 찬성 2만140명(92.84%), 반대 1554명(7.16%)이다.
허 대표는 “이번에 진행한 투표는 절차적인 정당성을 전혀 갖추지 못한 정치적인 쇼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당원 당규를 위반한 것은 이준석 의원 측인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조차 그들의 온라인 투표 신청을 반려했다. 그런데도 그들은 시 사설 업체에 당원 명부를 넘기면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투표를 강행했고, 정당 민주주의 파괴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정당의 대표와 지도부는 특정 정치인의 사유물이 아니다. 개혁신당은 개혁을 염원하는 국민의 정당이지 특정인의 대선 캠프가 아니다”면서 “설 연휴 기간 동안 이준석 의원이 대선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지도부를 무너뜨리고 개혁신당을 자신의 정치적 도구로 만들려는 의도가 아니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일갈했다.
허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개혁신당 가처분 심문기일에 출석해 “국민 여러분께 부끄럽지 않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며 “저희 개혁신당은 원칙과 절차를 지키는 공당이다. 공당으로서 정당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일, 사법부가 분명히 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이준석계 지도부에 법적 대응을 재차 강조했다.
|
반면 허 대표의 대표직 상실을 선포했던 천하람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따로 최고위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이기인·전성균 최고위원과 이주영 정책위의장, 김철근 사무총장, 구혁모 개혁연구원 상근부원장이 배석했다.
천 권한대행은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서 당원들의 목소리가 확인됐기 때문에 (허 대표의) 가처분 등 후속 절차는 일부 남아 있지만 조속하게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당원 소환제에 문제가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개혁신당이 2025년 새해에는 하루빨리 당내 내홍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지난 대선보다는 나은 선택지를 국민들께 제공할 수 있는 그런 정치 집단이 되겠다”고 말했다.
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가처분 신청 인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85%가 넘는 당원들의 압도적인 참여로 또 90%가 넘는 당원들의 찬성으로 (허 대표의) 당원 소환이 결정됐다”며 “그렇기 때문에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허은아 전 당 대표가 당으로 복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