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한국경제의 장기 저성장 국면에서 올 연말도 산타랠리 기대감은 실종됐다.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대선 이후 달러 초강세가 겹치며 국내 증시 이탈 행렬이 이어지면서다. 다만 지배구조개선 등 국내 주식시장의 구조적 저평가 요인 해소 기대감을 재료로 국내 수급이 받쳐준다면 반등 기회도 존재한단 분석이 나온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11월까지 5개월간 코스피지수가 연속 하락한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지난 2007년 7~11월 이후 처음이다. 11월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3.92% 하락, 올해 고점 대비로는 약 15% 내렸다.
시장 활력을 반영하는 유동성도 메마르고 있다.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은 11월 한달 평균 9조1065억원으로 올 들어 처음으로 월 기준 10조원 이하로 내려왔다.
외국인 이탈로 유동성이 부재한 가운데 매도세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단 분석이다. 올 하반기 외국인들은 약 18조원을 팔아치웠다. 이에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 비중은 6월말 35.62%에서 11월 말 32.44%로 3.18%포인트 떨어졌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부과 이슈와 달러 초강세 현상이 국내 자본시장에 직접적 여파로 이어진 탓이다. 환차손 우려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행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트럼프 쇼크의 진정세에 힘입어 연말 랠리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빠르게 확산하며 투심이 냉각됐다. 특히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단행이 경기 둔화 우려를 키운 모양새다. 지난달 28일 한은은 두달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하면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정부 전망치보다 0.4%포인트 낮은 2.2%로 하향했다. 여기에 산업활동지표의 급격한 악화를 동반한 10월 산업생산과 소비·투자 지표가 5개월만에 동반감소하자 국내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발 경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29일 통계청의 지표 발표 이후 코스피 지수는 곧바로 반응해 장중 2.3%까지 내리며 크게 출렁였다.
김진성 흥국증권 애널리스트는 “수출 둔화는 현재진행 중이며,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은 앞으로 높아질 것”이라며 “국내 경제의 가시적 활력 회복은 상당기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주식시장은 주가가 싸다는 것 외에 모멘텀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 미만 상장사는 63%에 달했다. 시장가치가 당장 기업의 청산가치에도 못 미친단 이야기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일본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가능성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있다. 반도체, 2차전지 등 국내 주식시장 주도주의 큰 폭의 조정 이후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보유한 섹터의 실종 역시 시장 모멘텀 부재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웅찬 iM 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 기댈 것은 국내 수급 정도”라며 “국내발 유동성 개선, 중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 과도하게 하락한 대형 수출주의 반등 정도”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한국 주식시장의 구조적 문제로 꼽히는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도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외인·기관·개인 모두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진전을 기대하고 있다”며 “주요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인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면 한국 증시의 저평가 해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