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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달러 굴리는 블랙록 "환경주의자라 친환경 투자하는 것 아냐"

고준혁 기자I 2022.01.18 17:02:12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투자 생존에 필수 강조
"향후 유니콘은 검색 엔진 아닌 탈탄소화 돕는 곳"

[이데일리 고준혁 기자] 총 자산운용 규모가 10조달러(약 1경원)에 달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는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에 집중하는 것은 우리가 환경주의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본주의자이자 우리 고객의 돈을 맡는 수탁자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 (사진=AFP)
17일(현지시간)블룸버그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핑크가 이날 홈페이지에 올린 연례 보고서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는 정치적인 것도, 사회적인 것도, 이념적인 아젠다도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핑크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논의하는 연구 센터를 건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이에 대해 블룸버그는 “래리 핑크는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의 수장으로서 자본주의에 대한 접근 방식을 옹호하는 가운데, 기업들이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받아들여 장기적 관점에서 이익을 얻길 촉구했다”고 해석했다.

래리 핑크는 최근 몇 년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로 대표되는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강조해왔다. 이는 주주를 포함한 노동자, 고객, 공급업체 등 자본주의에 참여하는 모든 커뮤니티를 포괄한 상생의 개념이다. 기존의 주주들만을 위한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에서 틀을 더 확장시켰단 의의가 있다.

자본이 사회구성원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정치적으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핑크가 거꾸로 ‘정치적이지 않다’고 역설한 것은 이같은 흐름이 투자에도 부합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그린에너지를 구축하는 일이 환경과 사회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돈’(money)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단 식이다.

블룸버그는 블랙록이 지난 2년 동안 급부상한 지속 가능성 테마 투자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블랙록은 1년 전보다 두 배 이상 증가한 5090억달러(약 606조원) 규모의 지속 가능성과 관련된 자산을 관리하고 있다고 지난 14일 실적 발표 때 밝혔다. 핑크는 이날 연서에서도 “모든 기업과 모든 사업은 넷 제로(0)(탄소 중립) 세계에 종속될 것으로, 문제는 당신이 이 트렌드를 이끌 것인지 이끌릴 것인지”라며 “향후 1000개의 유니콘 기업은 검색 엔진이나 소셜 미디어 회사가 아니라 세계의 탈탄소화를 돕는 신생기업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핑크는 석유사 등 친환경 투자와 대척점에 선 기업들을 배척하는 방식보다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바꿔나가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일과 석유 섹터를 공공 부문에서 모두 없애 민간시장에 보낸다고 해서 넷 제로가 바로 실현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오일과 가스 회사에 반대할 것이 아니라 함께 협력해서 탄소 배출량을 줄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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