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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김 전 위원장을 찾았다. 그는 김 전 위원장 회동 전 기자들과 만나 “빨리 (선대위에) 오셔서 우리를 좀 이끌어 달라고 말씀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전 위원장과 면담 후에도 “총괄선대위원장으로 오셔서 역할을 해달라는 윤 후보의 말을 전했고 (김 전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윤 후보의 김 전 위원장 방문과 관련해서는 “(그럴 일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윤 후보가 직접 나서서 김 전 위원장을 설득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김 전 위원장도 윤 후보의 의중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사무실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후보가 총괄선대위원장으로 모시려는 의지가 확고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나는 그 의중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고 답했다.
실제 윤 후보의 행보는 이전 국민의힘의 움직임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총선을 앞둔 황교안 전 대표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황 전 대표는 총선을 앞두고 김 전 위원장을 모시기 위해 여러 차례 그를 방문했다. 당시 황 전 대표는 정치적 위기를 맞았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장의 사퇴와 한선교의 난으로 불리는 미래한국당 공천 파동, 공관위와의 내전까지 터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 지지율도 더불어민주당에 밀리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에 황 전 대표는 김 전 위원장 자택을 방문해 설득에 설득을 거듭하며 그를 모시는 작업에 집중했다.
반면 윤 후보의 상황은 그때와 다르다. 지난 4월 재보선 국면 이후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대표라는 젊은 대표를 내세워 세대교체와 이미지 쇄신도 성공했다. 여기에 지난 5일 후보 선출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도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다. 윤 후보 입장에서 아쉬울 게 없는 상황이다.
이런 탓에 윤 후보 캠프 주변에서는 김 전 위원장에게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뿐만 아니라 윤 후보의 지지율도 경쟁력을 보이는 상황에서 김 전 위원장의 합류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여기에는 윤 후보의 측근들의 목소리도 크게 반영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후보 비서실장으로 거론되던 장 의원은 지난 23일 선대위 보직을 맡지 않겠다면서 “후보님 마음껏 인재를 등용하시고 원탑이 되셔서 전권을 행사하라”고 밝혔다. 김 전 위원장의 요구에 얽매일 필요 없이 윤 후보 뜻대로 선대위를 구성하라는 조언이다.
김 전 위원장의 영입 과정에서도 캠프 측근의 이같은 생각은 이어지고 있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김 전 위원장에게 매달릴 필요 없다. 윤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지금까지 도움을 준 인물이 아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한편, 국민의힘 당 차원에서는 양측의 입장 조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날 B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의 경우 외연 확대를 위한 특임을 하는 것이다”며 “그런 것처럼 김병준 전 위원장도 그런 형태의 조직으로 정리된다면 김 전 위원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중재안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