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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산에너지 활성화? 원가 반영 전기요금 체계 먼저 갖춰야”

김형욱 기자I 2024.03.12 16:33:07

전기協·에너지공단 분산에너지 포럼
"원가 이하의 현 역마진 요금체계에선,
분산에너지 사업자 경제성 확보 난망"
"초기 지원과 함께 제도 전반 개선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수십조원이 들어가는 장거리 송전선로 구축 부담을 완화하고자 올 6월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하 분산법)을 시행한다. 분산에너지 산업 활성화를 통해 송전이 필요없는 지역 내 ‘전력 자급자족’ 사업자·지역을 늘리고, 인터넷 데이터센터(IDC) 같은 전력 다소비 사업장의 비수도권 이전을 유도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분산에너지 산업이 활성화하려면 전력 당국이 초기 사업자에 대한 지원은 물론, 근본적으로 원가를 반영한 전기요금 체계를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통제하는 원가 이하의 역마진 전기요금 체계 아래에선 지역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사업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좌장)를 비롯한 전력산업 전문가들이 대한전기협회·한국에너지공단이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 토론하고 있다.
◇정부 직·간접 지원 정책 추진하지만 사업성 확보 ‘난제’

주성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전기협회·한국에너지공단이 12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연 ‘분산법과 지역경제 활성화 방안’ 포럼에서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지역 내) 전력 직거래 사업모델을 만들려면 전력 도매가격과 소매가격 사이에서 거래가격을 책정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전력 공기업인) 한국전력(015760)공사가 도매시장에서 비싸게 사서 싸게 판매하는 역마진 구조로 돼 있는 한 이들이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사업자도 다양한 사업모델을 개발해 수익을 최적화해야 하지만 제도적으로도 사업자의 투자 부담 완화를 위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법 시행과 함께 초기 사업자에 대한 직·간접 지원을 추진한다. 10년 단위의 5개년 계획을 세워 분산에너지 산업 활성화 정책을 펼치고, 전국 각지에 특화지역을 지정해 각종 특례를 줄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부터 100억원 예산의 지원사업을 개시했으며 울산·제주 등 10개 지방자치단체(지자체)가 준비 중인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지정 절차도 곧 착수한다.

그러나 정부가 전기요금을 통제하는 현 시장 구조 아래에서 분산에너지 사업자가 지속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표자료를 통해 “정부 예산 지원이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사업 기반 조성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속적인 거래 활성화를 위해선 가격·시장 제도 전반의 개선이 필요하다”며 “전기요금 정상화와 지역별 차등요금제 도입을 통해 가격 신호가 제대로 전달되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 체계 개편 어려워…RE100 활용 등 ‘묘수’ 필요

현실적으론 단기간 내 전기요금 체계 개편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우리나라 전기요금 체계는 사실상 정부가 물가 관리 차원에서 통제하고 있고, 국민 역시 요금 인상을 우려해 현 체제를 고수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전문가들은 이에 정부와 사업자가 사업모델 및 수익구조 다각화를 위한 ‘묘수’를 찾아줄 것을 주문했다. 많은 기업이 RE100 이행을 위해 추가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있는 만큼,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한데 묶은 가상발전소(VPP) 등 분산에너지 사업자도 원가 경쟁 어려움 속 기회를 찾을 수 있으리란 것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사용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 발전 전력으로 해야 한다는 국제적인 캠페인으로, 국내외 유수의 대기업이 협력 기업에도 이에 맞추라고 요구하면서 사실상 무역 장벽화하고 있다.

분산에너지 개념도. (사진=한국에너지공단)
이동일 법무법인 에너지 대표변호사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통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전력 사용기업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는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가 가능해졌다”며 “지자체로서도 이를 계기로 기업 유치를 할 수 있는 만큼 적극적인 관련 정책 개발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각지에서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과 주민 참여 방식의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모델도 분산법을 계기로 활성화하면서 지자체의 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많은 지자체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신청을 준비하며 이 같은 사업 모델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경기·경북·전북·전남도 등은 기업의 RE100 수요에 대응한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을 모색하고 있고, 울산·부산시와 전북도는 해상풍력 발전 연계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이한우 울산테크노파크 에너지기술지원단장은 “울산은 특화지역 지정을 분산에너지 체제의 실험이 아닌 지역 내 에너지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에너지 다소비 산업을 친환경 저탄소 에너지형 산업으로 전환하고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탈탄소 에너지 기반 신산업으로 고도화한다는 목표”라고 전했다.

◇특화지역, 첨단산단·기회발전특구 연계 활용 아이디어도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연구위원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나 기회발전특구 등과 연계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그는 “반도체나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은 전력 안정 공급 필요가 큰 만큼 분산에너지 특화지역과 연계해 대안적 전력 공급원 개발을 가속하고 지역 내 독립적 전력 생산·소비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분산법의 궁극적인 목표인 전력수요 수도권 편중 현상을 해소하기 위한 지역 차등요금제 도입을 위한 합리적 방안 마련도 촉구했다. 우리나라는 전국 동일 요금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분산법 시행으로 지역 차등요금제 도입 근거가 갖춰졌다. 다만, 전기요금 지역 차등은 민감한 이슈인 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뒤따랐다.

주 교수는 “전력 수요 수도권 쏠림 현상 속에서 지역별 요금 차등방안은 매우 도전적 과제”라며 “지역 간 유불리에 따른 이해관계가 첨예하고 복잡한 만큼 현실성을 고려한 차등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선임연구위원도 “특정 지역 전기요금이 더 낮아지면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전력 직거래 활성화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전체 요금 정상화와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단가 하락 등의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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