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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3085안타 남긴 ‘타격의 전설' 장훈, 86세 일기로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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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무 기자I 2026.09.10 1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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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상·원폭 피해 딛고 일본프로야구 최초 3000안타
타격왕 7차례…한국 프로야구 출범에도 힘 보태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본프로야구(NPB) 통산 최다 안타 기록을 보유한 한국계 야구인 장훈(일본명 하리모토 이사오)이 9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TBS 등 일본 언론들은 10일 관계자 말을 인용해 장훈이 전날 오후 5시쯤 도쿄의 한 병원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고인은 도에이와 요미우리, 롯데 등에서 활약하며 일본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통산 3000안타를 달성했다. 어린 시절 오른손 화상과 히로시마 원폭 피해를 겪고도 일본 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우뚝 섰던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재일교포 '야구 전설' 장훈. 사진=연합뉴스
2018년 한국을 방문한 재일교포 '야구 전설' 장훈. 사진=연합뉴스
2009년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장훈. 사진=AFPBBNews
2009년 도쿄돔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 장훈. 사진=AFPBBNews
장훈이 1959년부터 1981년까지 23시즌 동안 쌓은 안타는 3085개다. 은퇴 후 45년이 지난 지금도 NPB 통산 최다 기록으로 남아 있다. 일본 리그에서만 3000안타를 넘긴 선수도 장훈이 유일하다. 통산 2752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 504홈런, 1676타점, 319도루를 기록했다.

1940년 6월 19일 히로시마에서 태어난 장훈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다. 어릴 때 입은 심한 화상으로 오른손을 자유롭게 쓰지 못했다. 그래서 왼손으로 공을 던지고 치는 선수로 성장했다.

장훈은 타구를 좌우로 고르게 보내는 타격으로 ‘안타 제조기’라는 별명을 얻었다. 일본 야구전당박물관은 고인이 오른손의 불편을 극복하고 정상급 왼손 타자가 된 과정을 주요 업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다섯 살이던 1945년 8월에는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겪었다. 어머니의 보호로 살아남았지만, 폭심지 가까이에서 피폭된 누나는 온몸에 화상을 입고 숨졌다. 고인은 훗날 방송 인터뷰에서 누나에게 포도알을 입에 대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다고 회고했다.

야구는 그가 역경을 헤쳐 나가는 길이었다. 나니와상고를 거쳐 1959년 도에이 플라이어스에 입단한 장훈은 첫해 퍼시픽리그 신인왕에 올랐다. 1961년 처음 타격왕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도에이의 첫 리그 우승에 기여하며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전성기는 길었다. 1967년부터 1970년까지 4년 연속 정상에 오르는 등 타격왕을 일곱 차례 차지했다. 포지션별 최고 선수를 뽑는 ‘베스트 나인’에도 16차례 선정됐다.

1970년에는 타율 0.383에 34홈런, 100타점을 올렸다. 1966년부터 1974년까지 9년 연속 3할을 쳤고, 현역 시절 3할 타율을 기록한 시즌은 모두 16차례였다. 1976년 요미우리로 옮긴 뒤에도 첫해 타율 0.355, 182안타를 기록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1980년 롯데 오리온스로 이적한 장훈은 그해 5월 일본프로야구 최초로 통산 3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이듬해 현역 생활을 마쳤고, 1990년 일본 야구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한국 야구에도 발자취를 남겼다. 한국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2005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특별보좌를 지냈다. 출범 초기 재일교포 선수들의 한국 진출을 돕고 한일 야구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

현역 시절 한국 국적을 유지했던 고인은 2024년 12월 산케이신문 인터뷰에서 수년 전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한국인 부모에게서 이어받은 뿌리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은퇴 후에는 야구 해설자로 활동했다. 1999년부터 2021년까지 TBS 시사 프로그램 ‘선데이 모닝’에 고정 출연하며 스포츠 현안에 대한 거침없는 논평으로 이름을 알렸다.

말년에는 원폭 피해를 증언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오랫동안 피폭 경험을 밝히지 않았던 장훈은 원폭이 어디에 떨어졌는지 모른다는 젊은이의 말을 듣고, 다음 세대에 자신의 경험을 전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일본 야구계는 충격에 빠졌다. 특히 최근까지 건강한 모습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였기에 더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장훈은 지난 7월 도쿄돔에서 열린 레전드 매치에서 80이 넘은 나이에 직접 배트를 들고 타석에 들어섰다. 지난 8월에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선수에 대한 분석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장훈.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 시절 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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