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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는 우리 국민이 즐겨 먹는 음식 중 하나이지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그런 존재인 셈이다. 정부가 시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회를 집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밀키트 사업을 지원하기 시작한 배경이다.
◇샐러드부터 숙성회까지… 광어 밀키트 대중화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해양수산부가 광어 소비 확대를 지원하기 위해 출시를 준비 중인 회덮밥, 회무침, 세비체, 물회 등 밀키트 4종을 시식해 봤다.
퇴근 후 손도 까딱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곤할 때 삼각김밥으로 때우곤 했는데 이번엔 냉장고에 보관해 놓은 광어 세비체 밀키트를 꺼냈다. 세비체는 해산물을 얇게 잘라 레몬즙 등에 재운 후 차갑게 먹는 중남미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이다. 쉽게 생각하면 샐러드라고 보면 된다.
포장을 뜯었더니 두툼한 광어회와 파프리카, 양파, 소스가 담겨 있다. 팩에 담겨 있던 거라 행여 비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드레싱을 뿌리기 전에 광어회만 따로 먹어봤는데 비린 맛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드레싱이 시트러스류이기 때문에 준비된 채소와 회 위에 뿌려 먹으면 무척 상큼하다. 광어 세비체는 식이 조절을 해야 하거나 체중을 줄이고 싶은 다이어터라면 영양을 충족하면서 목표 달성도 가능한 최고의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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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어 물회 키트는 ‘홈술’(집에서 술 마시기)에 제 격이다. 회와 채소는 속에 큰 부담이 없는 데다 매콤한 육수가 국물이 당길 때 이를 해소해준다. 속이 좀 허하다 싶을 때는 물회에 소면을 삶아서 넣어 먹으면 금상첨화다.
처음에 회를 밀키트로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회가 부실하게 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회는 비싸다’는 생각이 뇌리에 강하게 박혀서다. 그런데 이게 왠걸. 두툼하고 넓게 썰려 있는 광어회는 어디에서든 존재감을 제대로 드러냈다. 밀키트라는 것 자체가 간편한 것이 특징인데 회에 접목되면 그 장점이 극대화한다.
보통 밀키트는 밀봉된 재료를 꺼내 냄비에 끓이기만 하면 완성되는데, 회 밀키트는 개봉해서 바로 먹으면 된다. 해당 음식을 먹는 데 필요한 초장, 햇반, 참기름 등이 모두 포함돼 포장돼 있어 별도로 소스를 챙길 필요도 없다. 아울러 광어 밀키트는 밥상을 차리기 지친 가정이나 집들이처럼 여러 음식을 한 번에 준비해야 할 때도 요긴하게 활용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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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 어촌양식정책과 관계자는 “횟집에서 파는 회는 활어라서 탱크에 물을 채워서 차로 운반한 후 횟집에서 수조를 유지·관리해야 하며 회를 뜰 수 있는 고급 인력인 주방장이 필요하다”며 “밀키트는 공장에 배송해서 자동화 설비로 운영해 비용이 절약된다”고 설명했다. 단, 가격은 횟집에서 회 판매 가격이 ‘시가’(경제 시장에서 상품이 매매되는 가격)인 것처럼 산지업체 가격 등에 따라 바뀔 예정이다.
◇광어 판매 넓힌다…간편식 시장 1200억 확대
이처럼 해수부가 밀키트 사업 지원에 나선 것은 악순환을 막기 위해서다. 2019년 산지에서 넙치(광어) 가격이 떨어져 넙치를 폐기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런데도 횟집이나 수산시장에서는 광어 가격이 너무 비싸게 판매돼 소비가 위축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당시 광어 가격이 폭락하자 양식 어가들은 양식 물량을 줄였다. 그 결과 광어값은 껑충 뛰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1월 기준 1㎏당 광어 도매 가격은 2020년 1만675원에서 올해 1만6532원으로 53%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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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부는 광어 밀키트의 온라인 판매와 수출 등 시장 개척을 지원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대기업을 제외하고 각 기업에서 좋은 상품을 만들면 심의를 통해 해당 상품이 유망한지 판단해 업체를 선정한 후 정부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넙치 간편식 제품 개발 지원을 신청한 경우 사업 지원 대상 선정 시 가점을 부여하고, 제품 개발 과정에서 온라인 판매와 수출 등의 컨설팅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한 올해 사업비는 총 15억5000만원으로 업체당 7000만원이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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