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디지털자산 업계는 금융당국의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앞두고 의견서를 제출하고 △1000만원 이상 거래 일괄 의심거래보고(STR) △강화된 고객확인제도(KYC) △해외 거래소 ‘고위험’ 지정 기준 등에 대한 재검토를 호소했다.
업계는 해당 조항을 국내 디지털자산 생태계 자체를 뒤흔들 중차대한 사안으로 보고 있다. 사업자의 업무 과부화는 물론 가뜩이나 거래량이 위축되는 상황에서 소위 ‘고래’로 불리는 거액 투자자들이 해외 거래소로 이탈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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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의심거래보고는 자금세탁 또는 불법 자금으로 의심되는 합당한 근거가 있을 때 제출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판단 과정 없이 금액 기준만으로 보고를 의무화했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실무적으로도 감당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5대 원화 거래소의 STR 보고 건수는 지난해 6만3406건에서 544만5133건으로 8487% 급증한다. 이는 2024년 전체 금융권 STR(108만4000건)을 크게 웃도는 규모다.
DAXA는 “STR은 단순 신고가 아닌 분석이 수반되는 보고로 현재 인력과 시스템으로는 사실상 수행이 불가능하다”며 “대량 전송 인프라도 갖춰져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CTR(고액현금거래보고)과 달리 STR은 누설 금지와 형사책임까지 수반되는 만큼 사업자 부담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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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본사 소재지가 불분명한 해외 주요 거래소가 고위험 거래소로 지정될 경우 국내 원화 거래소에서 코인 입출금이 원천 차단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바이낸스와 같은 글로벌 거래소에서 국내에서 불가한 디파이(DeFi), 스테이킹 등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 입출금 거래 차단 시 국내로 회귀할 방법도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주요 플랫폼들과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되면 사실상 영구적 ‘자본 이탈’을 초래하게 되며 국내 가상자산 시장은 글로벌 시장과 괴리된 채로 서서히 고사하게 될 것”이라며 “국내에 남은 투자자들은 ‘가두리 시장’ 속에서 금전적 피해를 입게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가 오히려 자금세탁방지(AML)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액 기준만 충족하면 무조건 보고하는 구조에서는 사업자가 이상거래를 정교하게 식별할 유인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FATF(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 역시 가이드라인에서 ‘위험기반접근(RBA)’이 아닌 무조건적 ‘규칙기반(Rule-Based)’ 보고는 후진적인 규제로 규정한 바 있다.
금융당국에서 자금세탁방지를 강화하려고 내세운 조치가 오히려 제도를 퇴행하게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당국은 시행령 입법 예고에서 비교적 충실히 이루어질 수 있는 국내 가상자산사업자와 달리 해외 가상자산사업자 및 개인지갑은 특정금융정보법 상 자금세탁방지 규율 준수의무가 없어 가상자산이 용이하게 이전될 경우 자금세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음을 감안했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디지털자산 태스크포스(TF) 자문위원인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가뜩이나 거래대금이 줄어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이 위축돼 있고 내년에 코인 과세까지 앞두고 있는데 특금법까지 강화되면 큰손들이 국내 시장을 떠나게 되면서 시장이 더 얼어붙게 된다”고 우려하면서 “정책 실효성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자금세탁 방지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과도한 의무 부과는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규제의 형평성과 실효성을 함께 고려해 재검토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