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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한동안 미국에서 코스트코와 아마존에 밀렸던 월마트가 모든 소득층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며 다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 급격한 성장세를 보인 월마트는 뉴욕증시에서 주가는 작년 72% 올랐으며, 올 들어서는 16% 추가 상승했다.
WSJ은 저소득층부터 고소득층까지 고객층을 넓힌 것을 주효한 결과로 분석했다. 월마트는 오랫동안 ‘매일 저렴한 가격’이라는 이미지로 대표됐지만, 최근엔 고소득층 유입을 증가시키고 온라인 사업 강화, 프리미엄 제품 확대 등으로 경쟁사들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월마트는 전통적으로 중저소득층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았지만, 최근엔 고소득층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작년 2월 기준 연소득 10만 달러 이상 가구의 89%가 월마트에서 쇼핑하고 있다고 응답했는데 이는 5년 전 77%와 비교해 12%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월마트에 대해 ‘매우 긍정적’ 인식을 한 고소득층도 2019년 27% 수준에서 작년 36%로 증가했다.
이는 고급 식료품과 트렌디한 상품을 강화한 전략이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월마트는 2023년 고급 식료품을 포함한 자체 프리미엄 브랜드 ‘베러굿즈(Bettergoods)’를 출시했고, SNS에서 화제가 된 에르메스 버킨 백의 저렴한 대체품인 ‘워킨백’도 전략적으로 내세워 인기몰이했다. 모건스탠리의 시메온 구트만 애널리스트는 “월마트는 최상급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혁신적인 구매 전문가들을 채용했다”며 상품경쟁력 강화를 높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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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전자상거래 강화도 차별화된 전략으로 FT는 꼽았다. 월마트는 지난 10년간 온라인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 온라인 매출은 연 20% 이상 증가했으며, 현재 전체 매출의 16%가 온라인에서 발생한다. 여기에 제3자 판매자를 위한 온라인 마켓플레이스를 확대해 7억개 이상의 상품 중개를 하는 등 아마존과 경쟁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이어 미국 내 약 4600개의 월마트 매장과 600개의 샘스클럽을 활용한 온라인 주문·픽업 서비스도 주요 성장 요인이다. 특히 온라인 식료품 사업은 신선식품의 빠른 배송이 필수인 만큼 월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이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월마트는 매장과 물류센터에 로봇 기술을 도입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모든 지역 물류센터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해 입·출고 속도를 높였으며, 온라인 주문 처리를 위한 로봇 픽업이 가능한 매장을 40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활용해 업무를 최적화하고 있다.
이러한 기술 투자는 비용절감과 운영 효율성 증가로 이어져 월마트의 핵심 전략인 ‘매일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CEO는 “이익보다 시장 점유율 확보가 우선”이라며 “배송 속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를 늦출 생각이 없다”고 강조했다.
월마트는 현재 미국 식료품 시장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 소매 시장에서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월마트가 더욱 돋보이고 있는 측면도 있다. 크로거와 앨버트슨은 월마트에 맞서 합병을 시도했지만 반독점 규제로 무산됐고, 저가형 유통업체인 달러스토어도 월마트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으로 인해 고객 이탈을 겪고 있다. 타깃도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의류나 인테리어 등 주력 상품의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아마존도 여전히 오프라인 소매점에선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20일에 발표 예정인 월마트의 4분기(2024년 11월∼2025년 1월) 실적에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월마트의 실적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속에서 미국 경제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자 지출의 간접 지표로 여겨져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CNBC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가 발효될 경우 일부 품목의 가격을 인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LSEG가 조사한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월마트는 1800억 달러(약 259조원)의 매출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마트는 뉴욕 증시 상장 기업 중 최대 매출 기업으로 연간 6000억 달러(약 865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2012년 석유 대기업 엑손 모빌을 제친 뒤 12년간 매출 1위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