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달 24일 수심위는 최 목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 의견 8명, 불기소 의견 7명으로 최종적으로 ‘기소’를 권고했다. 핵심 쟁점인 직무연관성에 대해서도 수심위에서 7대 7로 팽팽하게 갈렸으나, 수사팀은 최종적으로 이번 사건에서 최 목사가 주장한 청탁들이 윤 대통령의 직무와 연관성이 없다고 결론냈다.
최 목사의 수심위는 김 여사의 수심위와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지난 6일 김 여사의 수심위는 모든 혐의에 대해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직무연관성도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하나의 사안을 두고 비슷한 시기에 열린 수심위의 결론이 다르게 나온 것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심위를 소집한 건 패착이었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팀이 내부적으로 무혐의로 결론을 냈음에도 수사의 정당성을 얻겠단 명목이었지만, 수심위 결론이 갈리면서 오히려 괜한 잡음만 만들었단 지적이다.
실제 명품가방 사건의 수심위는 전임 이원석 검찰총장이 직권으로 회부한 게 발단이 됐다. 당시 이 전 총장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고 소모적 논란이 지속되는 이 사건에서 수사심의위 절차를 거쳐 공정성을 제고하고 더 이상의 논란이 남지 않도록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집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소집된 김 여사의 수심위가 수사팀과 같은 불기소를 권고하면서 “수사의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제는 최 목사가 신청한 수심위 소집이 받아들여지면서 불거졌다. 이로 인해 자신의 임기 내 처분을 공언했던 이 총장은 끝내 최종 처분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 최 목사의 수심위가 ‘기소’를 권고하면서, 끝내 검찰은 이 권고를 수용하지 않은 모습을 띈 채 사건을 매듭짓게 됐다.
대검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김 여사를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면서 여론이 악화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수심위를 소집하기보단 검찰 자체적으로 처분했어야 했다”며 “결국 수사의 정당성을 얻기 위한 행위가 검찰 수사의 정당성을 오히려 악화시킨 결과가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더 나아가 김 여사 수심위가 최 목사의 참여를 배제하면서 ‘반쪽 논란’을 부추기는 등 수심위 제도에 대한 무용론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의 한 부장검사는 “수심위는 미국의 배심원 제도처럼 세밀한 설계 대신 심의 당일 검찰과 참석인의 의견과 설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라며 “김 여사 수심위를 예로 들자면 최 목사 측의 참여가 배제된 이상 심의위원들은 불기소 필요성만 들을 수밖에 없어 결론이 불기소로 나오는 게 당연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또다른 변호사는 “수심위는 위원 선정부터 검찰이 인력풀을 꾸리는 등 제도적 한계 때문에 검찰에 유리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번 수심위 논란을 통해 제도를 폐지하든지 더 세밀한 설계를 하든지 개선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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