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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와 같은 피해를 입은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A씨 집주인 김 모 씨가 소유한 주택이 전국적으로 1139채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른바 ‘빌라왕’이라는 김 씨는 변변한 재산 없이 갭 투기(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것)로 집을 사모았다. 김 씨 사망으로 1100가구가 넘는 세입자 전세금이 위험에 처했다.
국토교통부는 22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피해 임차인 설명회를 열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책과 향후 대응 방안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100석에 가까운 자리가 모두 차 일부 피해자는 서서 설명을 들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런 사고를 미리 막지 못한 것에 대해서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너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HUG 등과 함께 상속 절차가 끝나는 대로 바로 보증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보증 이행 절차를 서두르기로 했다. 김 씨 유족이 상속을 포기하더라도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자에겐 HUG가 상속재산관리인으로서 책임지고 보증금을 지급한다. 부동산소비자보호기획단을 만들어 전세 사기 단속도 강화한다.
그러나 이날 모인 피해자들은 정부가 약속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금융지원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피해자가 가급적 같은 조건에 전세대출을 8개월까지 전세대출을 연장할 수 있도록 은행에 요청했지만 현장 상황은 다르다. 한 피해자는 “B은행에선 2개월만 연장이 가능하고 그 다음부터 연체가 된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겨우 연장된다고 해도 계약 당시보다 두 배 이상 높아진 이자를 부담해야 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금융당국하고 협의하고 있는데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이자율을 낮추도록)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서 최대한 이자율을 낮추도록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했다.
피해자들은 HUG가 피해자 보호에 미온적으로 대응했다고도 질타했다. 또 다른 피해자는 “하루에 전화를 80통씩 넣고 있는데 단 한 번도 연락이 된 적이 없다”며 “HUG 보호 가입자를 우롱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병훈 HUG 사장 직무대행은 “인력이 부족하다보니 전화를 받을 여유가 없었다”며 “인력을 보강하고 TF(테스크포스)를 만들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설명회는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자를 대상으로 열렸다. 김 씨와 전세 계약을 가입한 세입자 중 498명은 전세금 반환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다. 이들은 김 씨 유족이 상속을 포기하면 전세금을 그대로 날릴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임시 거처와 거주비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거주 기간은 6개월, 거주비 융자는 많아야 1억60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