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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사진) 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친(親) 트럼프 매체로 잘 알려진 폭스뉴스 평론가 리사 부스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공화당의 미래, 즉 ‘잠룡’ 후보군을 나열했다. 그러나 대표적 차기 대선주자로 꼽혀왔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대사 등 한때 자신의 ‘충신’들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2024년 대선 재도전에 나설 공산이 적잖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들을 일종의 경쟁자로 인식, 우회적인 기선 제압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공화당의 미래를 대표할 것으로 믿는 인사 6명을 꼽았다고 한다.
공화당 상원의원 중엔 조시 홀리(미주리)·테드 크루즈(텍사스)·랜드 폴(켄터키)을, 주지사 중에선 론 드샌티스(플로리다)·크리스티 노엄(사우스다코타)을 거론했다. 마지막으로 내년 중간선거에서 아칸소 주지사직에 도전하는 새라 샌더스 전 백악관 대변인을 언급했다. 이들 대부분은 줄곧 친 트럼프로 분류됐던 인사들이다. 2016년 대선 경선 당시 치열하게 경쟁했던 크루즈 상원의원 역시 트럼프 행정부 시절엔 정치적 측근이자 우군 역할을 했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샌더스에 대해 “아칸소에서 아주 잘할 것”이라고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이와 관련, WP는 “이들 중 대부분은 지난달 트럼프 전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열린 모금행사에 참석한 트럼프의 충석 고객들”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이 주목받은 건 자신의 행정부 시절 ‘충신’이자 ‘잠룡’으로 부각했던 인물들은 쏙 빼놨기 때문이다.
물론 이유는 있다. 지난해 11·3 대선 이후 결과를 상원에서 뒤집으라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펜스 전 부통령(상원의장 겸임)은 눈 밖에 났을 공산이 크다. 펜스 전 부통령이 자신의 퇴임식이 아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한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전 장관 역시 대선 불복 정국에서 별다른 역할을 하지 않았다. 한때 최측근으로 평가받던 헤일리 전 대사는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선 결과에 승복하라”는 취지의 메시지를 발신한 게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