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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대전지역 초등학교와 중학교, 고등학교 급식실에서 근무 중인 조리원들로 구성된 대전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이하 대전학비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일선 학교에서 급식이 차질을 빚고 있다. 대전학비노조는 ‘근무일수 확대와 방학 중 자율연수 부여 등 교육공무원들과 비슷한 수준의 처우 개선을 요구’하는 반면 교육당국은 ‘법과 원칙에 어긋나는 주장은 들어줄 수 없다’며 평행선을 달리며, 좀처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이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받지 못하는 등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만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교육부, 대전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대전학비노조는 대전지역 367개 초·중·고교 내 1500여명의 조리원들 중 80~90%이 노조원으로 가입돼 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무기한 순환파업에 들어갔다. 7일 기준 파업으로 급식이 중단된 학교는 대전선화초와 대전옥계초, 둔산중학교 등 3개교이며, 그간 30여개 학교에서 급식이 일시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또 앞으로 수개 학교에서도 순환파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대전학비노조는 △방학 중 비근무자 연간 근무일수 320일 확대 △상시근무자 자율연수 10일 부여 △조리원 배치 기준 완화 등 크게 3가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급여로는 방학 중 생계가 곤란하고, 같은 직종임에도 근무지에 따라 근무일수와 임금총액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표준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또 상시근무자 자율연수는 방학과 관계 없이 일하는 행정실무원과 영양사, 유치원방과후전담사, 돌봄전담사 등 상시근무자들을 대상으로 피로를 회복하고, 재충전을 위해 연간 10일의 자율연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조리원 배치 기준 완화는 정원을 늘려달라는 것으로 대전학비노조는 조리원 1인당 식수인원을 96명까지 줄여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현재 대전에 있는 학교의 조리원 1인당 급식인원은 113명이다. 대전학비노조 관계자는 “전국 공공기관 평균 1인당 급식인원은 53.1명으로 학교에 근무하는 조리원들이 살인적인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체 근무자의 98%가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고 있어 인원 확충 및 시설 개선, 근무일수 확대 등 최소한의 인간적 노동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파업에 돌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대전교육청은 법과 원칙에 근거해 대전학비노조의 요구안을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전교육청 관계자는 “방학 중에는 급식이라는 업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무일수를 320일로 확대해 출근하는 것은 근로 제공없이 임금을 지급받는 상황으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맞지 않고, 상시근무자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면서 “상시근무자에 대한 자율연수 역시 수용할 수 없다. 자율연수는 교육공무원법 제41조에 따라 방학 중에 교원들에게 시행되는 제도로 휴식이 필요한 경우 연차나 병가, 학습휴가 등을 활용하면 된다”고 못 박았다. 급식실 조리원 배치 기준과 관련해서는 대전지역 학교의 조리원 1인당 급식인원이 전국 평균과 비교해 다소 높은 점을 고려해 전국 평균 이하인 107명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조정안을 내놨다. 다만 학령인구가 매년 5000명 이상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기관 인력운용의 경직성을 고려할 때 노조 측의 요구를 전면 수용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양측의 주장이 팽형선을 달리면서 급식 중단 사태는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선 학교에서 급식 운영에 파행을 빚으면서 맘 카페 등을 중심으로 학부모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대전의 경우 조리원들이 대전학비노조를 결성한 후 파업이 매년 반복되면서 이를 바라보는 학부모들 시선이 싸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맘 카페 등에서는 대전학비노조의 파업을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학부모들은 “노조가 아이들을 담보로 교육공무원들과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요구하는 등 도를 넘어섰다”고 전제한 뒤 “교사들, 공무원들이 교육현장에서 고생하고 책임지는 동안 공무직들은 책임은 없이 공무원과 똑같은 대우를 받으려하는 행태에 대해 화가 난다”며 대전학비노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