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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송승현 기자]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에 문제가 없는지를 가늠할 법적 판단의 막이 올랐다. 김 의장은 “직원의 단순 실수였을 뿐 고의는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는 26일 독점규제및공정거래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김 의장에 대한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 의장은 파란색 계열 정장을 입고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 의장은 2016년 대기업 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5곳(골프와 친구, 디엠시, 모두다, 엔플루터, 플러스투퍼센트)을 신고대상에서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자산 5조원이 넘는 대기업 집단은 동일인(총수)을 비롯해 그 일가가 보유한 기업과 지분 내역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모두 신고해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1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이날 김 의장 측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김 의장 측은 “계열사 누락 신고는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한 담당 실무자의 실수였을 뿐이다”며 “고의가 아니라는 점은 이 사건 경위를 둘러싼 사정과 증거를 종합하면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누락 사실을 공정위에 이실직고한 게 담당자였던 만큼 고의성이 전혀 없었다는 취지다.
김 의장 측은 이를 뒷받침 하기 위해 담당 실무직원 2명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을 안 판사에게 요청했다. 안 판사도 이를 받아들여 다음달 30일 오후 4시에 이들에 대한 증인신문 기일을 열기로 했다.
앞서 공정위는 김 의장의 계열사 누락신고와 관련해 경고처분하고 사안을 마무리 했지만 검찰은 지난해 11월 김 의장을 약식기소했다. 김 의장은 관련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1억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약식 명령은 혐의가 무겁지 않은 사건에서 재판을 거치지 않고 서면 심리만으로 벌금·과료 등 재산형을 부과하는 절차다.
이번 재판 결과는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이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
지난달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인터넷은행 지분을 최대 34%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한 인터넷은행법이 시행됐다. 현재 최대주주가 한국투자금융지주과 우리은행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모기업인 카카오와 KT가 주인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인터넷은행 최대주주가 되려면 최근 5년 동안 금융 관련 법령과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선고를 받은 적이 없어야 한다.
만약 카카오의 대주주인 김 의장이 정식 재판에서도 벌금형을 받는다면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도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대상은 원칙적으로 카카오 법인이지만, 금융당국은 총수에 대한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도 심사의 참고사항으로 삼기 때문이다.
한편 대주주의 차명주식, 계열사 현황, 채무보증 현황 등을 허위 신고한 혐의로 기소된 롯데건설 등 9곳의 롯데 계열사들도 이날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롯데 계열사들의 변호인은 “법령상 해외 계열사도 신고 대상으로 봐야 하는지 명확한 해석 규정이 없어 다툼의 여지가 있고, 공정위에서도 2013년까지 해외계열사는 포함되지 않는 것처럼 메뉴얼에 기록했었다”며 “설령 신고를 했어야 할지라도 허위 신고에 대한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공판은 내달 30일 오전 11시에 열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