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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2022년 10월부터 중국에 머무르며 국내외 공범들에게 필로폰과 우유를 섞은 이른바 ‘마약 음료’의 제조·배포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사건은 보이스피싱 범죄와 마약 범죄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 및 그 부모를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씨의 지시를 받은 공범들은 2023년 4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회’를 가장해 미성년자 13명에게 마약 음료를 제공했다. 이 중 9명이 실제로 음료를 마셨고, 6명은 환각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이들은 마약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들에게 연락해 “자녀가 필로폰을 복용했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하는 방법으로 금품을 갈취하려 했으나, 학부모들이 경찰에 신고해 실제로 돈을 받아내지는 못했다.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공안에 검거돼 같은 해 12월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 이씨 등에 대해 “불특정 다수를 표적으로 삼아 마약음료를 마시게 한 뒤 부모를 협박하고 금전을 갈취하려고 치밀하게 기획했다”며 “각자 역할에 따라 계획을 실제 실행에 옮긴 범죄로, 미성년자를 영리 도구로 이용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 가능성이 커 엄벌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하며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했다.
2심의 판단도 같았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조직원 지시사항을) 단순히 친구에게 부탁한 것이라고 말하지만 위로부터 차례대로 범행을 지시한 것이지 친구의 부탁으로는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심 판단에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없고 1심 선고 후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어 양형이 부당하다는 의견도 받아 들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이같은 원심판단을 수긍하고 피고인 측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판결 이유를 관련 법리와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피고인 이씨의 연령·성행·환경, 피해자들과의 관계, 이 사건 각 범행의 동기·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가지 사정들을 살펴보면, 상고이유에서 주장하는 사정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이 피고인 이씨에 대해 징역 23년 등을 선고한 제1심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한편, 이 사건의 다른 공범들에 대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 실제 학생들에게 음료를 나눠준 혐의 등을 받는 길씨(28)는 대법원에서 징역 18년이 확정됐다. 보이스피싱 전화중계기 관리책 김씨(41)와 마약 공급책 박씨(38)는 각각 징역 10년, 보이스피싱 모집책 이씨(43)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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