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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그리푸드테크는 애초 미국이 주도하던 시장이다. 광대한 농경지로 대규모 농사가 이뤄지던 미국에선 농업 혁신에 대한 수요가 높았다. 이에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하는 움직임이 크게 일었고, 투자사들도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애그리푸드테크 산업이 크게 발전했다.
미국이 기술 혁신과 대규모 투자로 해당 산업을 발전시킨 가운데 환경보호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는 유럽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 미국과 달리 소규모의 다양한 농가가 존재하는 유럽에서는 맞춤형 애그리푸드테크 솔루션에 대한 수요가 특히 높다. 이런 상황에서 EU는 탄소 배출 감소 및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목표로 강력한 환경 정책을 시행하고 있고, 그 움직임을 읽은 투자사들은 관련 스타트업 발굴 및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가장 최근 투자를 유치한 곳은 스페인 기반의 코아바이오텍으로, 200만 유로(약 30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회사는 양식업 분야의 감염 예방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바이오센서와 자체 개발한 알고리즘을 활용해 양식장의 수질 감염 여부를 조기 탐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 밖에 노르웨이에서 지속 가능한 대규모 지역 식량 생산을 목표로 하는 ‘아비소모’도 500만유로(약 73억원)의 초기 투자를 유치했다. 아비소모는 현재 완전 자동화된 수직 농업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수직 농업이란 실내 환경에서 작물을 다층 구조로 재배하는 농업 방식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수직으로 쌓아올린 농장으로, 인공 광원으로 광합성을 유도하고, 흙 없이 물과 영양분만으로 작물을 기를 수 있으며, AI와 사물인터넷(IoT) 기술로 온도와 습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맞추는 미래 농업 기술로 통한다.
현재 아비소모는 대규모 운영에 최적화된 ‘모듈형 무인 농업 시스템’과 물 사용량 및 식품 폐기물을 줄일 수 있는 ‘수경재배 기술’을 활용해 재배자들이 연중 내내 신선한 식품을 직접 생산하도록 돕고 있다. 글로벌 VC들은 날씨나 계절에 상관없이 작물 재배가 가능하고, 전통 농업 대비 물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기후 변화 대응 및 식량 안보 강화 차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다.
벨기에에서 지속 가능한 작물 보호 솔루션을 개발하는 ‘바이오솔’도 440만유로(약 64억원)의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바이오솔은 지난해 11월 520만유로(약 76억원)의 초기 자금을 확보한 바 있다. 바이오솔은 미생물 기반의 바이오살충제를 통해 농부들이 작물을 지속 가능하게 재배할 수 있도록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회사는 감자와 포도 같은 작물에 영향을 미치는 곰팡이병 등의 주요 농업 문제를 해결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