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조스·저커버그가 달라졌어요"…취임식에도 얼굴도장

방성훈 기자I 2025.01.15 11:18:33

베이조스·저커버그, 親트럼프 ‘광폭’ 행보
거액 기부하고 트럼프와 만찬, DEI 축소·폐지 등
美 산업계 넘어 사회 전반서 '우향우' 가속화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미국 기업들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로 향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의 친(親)트럼프 행보를 소개하며 이같이 보도했다. FT는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첨예하게 대립했던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회사 정책을 트럼프 당선인의 ‘입맛’에 맞도록 바꾸는 등 태도가 눈에 띄게 변화했다고 짚었다.

베이조스와 저커버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함께 오는 20일 트럼프 당선인의 제 47대 미 대통령 취임식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 대선 전부터 트럼프 당선인을 전폭 지지하며 최측근이 된 머스크와 입장이 다른 두 사람은 트럼프 당선인과 친해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쏟아붓고 있다.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AFP)


◇베이조스·저커버그, 親트럼프 ‘광폭’ 행보

베이조스의 아마존은 지난 5일 영부인이 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비하인드 스토리’를 방영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아마존은 또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프라임 서비스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취임식을 독점 중계하기 위해 4000만달러를 지불했다.

앞서 베이조스는 지난해 미 대선 직전 워싱턴포스트(WP)의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 선언을 저지하기도 했다. 대선 이후에는 트럼프 당선인의 규제 완화 추진 움직임을 추켜세웠고, 플로리다 마러라고를 직접 방문해 트럼프 당선인과 만찬을 가지기도 했다.

아마존은 다양성·공정성·포용성(DEI) 프로그램도 대폭 축소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DEI 정책이 ‘역차별’을 낳는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DEI 정책은 2020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사망한 이후 새롭게 자리잡은 기업문화로, 흑인·여성·성소수자(LGBTQ+) 등의 권리 증진을 목표로 한다.

저커버그는 지난 7일 미국에서 페이스북·인스타그램·왓츠앱의 콘텐츠 검열 정책인 ‘팩트체킹’(fact-checking)을 폐기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이 플랫폼의 자체 콘텐츠 검열이라고 주장하며 폐기를 요구해온 데 따른 결정으로 풀이된다. 저커버그는 또 트럼프 당선인의 오랜 친구이자 UFC 회장인 데이나 화이트를 새 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저커버그 역시 지난해 11월 말에 이어 전날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했다. 메타 또한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하고, DEI 정책을 종료했다. DEI 전담 부서를 아예 없애고 담당 최고책임자는 다른 직위로 전환했다. 저커버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열혈 지지자인 조 로건의 팟캐스트에 출연해 “공격성을 조금 더 찬양하는 (기업)문화를 갖는 것은 긍정적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문화적으로 중립화된 기업들의 부상에 대해 한탄하기도 했다.

180도 달라진 베이조스와 저커버그의 ‘코드 맞추기’ 행보는 자유주의 정치인들과 투자활동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FT는 전했다. 브래드 랜더 뉴욕시 감사관은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에게 굴복하는 것은 매우 괴로운 일”이라며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주의와 기본권이 약해지는 방식으로, 역사를 통해 너무 많은 사례를 목격했다”고 지적했다.

(왼쪽부터)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종 창업자. (사진=AFP)


◇美 산업계 넘어 사회 전반서 ‘우향우’ 가속화

트럼프 당선인과 친해지려는 노력은 비단 베이조스나 저커버그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다른 주요 기술기업 수장들은 물론, 월가의 억만장자 금융가와 미국 내 최대 소비자단체 등까지 새로운 보수 물결에 적응하기 위해 서두르는 모습이다.

애플의 팀 쿡 CEO, 구글의 순다르 피차이 CEO,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도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에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피차이 CEO 역시 트럼프 당선인과 관계 개선을 위해 마러라고를 방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구글이 자신에 대한 긍정적인 보도를 숨기도록 조작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맥도날드, 월마트, 할리-데이비슨, 포드, 몰슨 쿠어스 등은 DEI 정책을 축소 또는 폐지했다.

월가에선 이미 소통 방식에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지난달 “트럼프 (2기) 정부는 보다 성장 중심적인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미 기업과 기업활동에 꽤나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칭찬했다.

여성이나 성소수자, 장애인 등을 존중하는 노력을 비하하거나 불쾌감을 표출하는 사례도 늘었다. 한 은행가는 “이젠 지체장애인이라든지 겁쟁이라고 말할 수 있고, 이 때문에 계약이 취소될까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해방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산업계를 넘어 사회 전반에서 보수화가 가속화함에 따라 보험사 올스테이트의 톰 윌슨 CEO는 최근 뉴올리언스 트럭 돌진 테러와 관련해 진보 성향의 발언을 내놨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외에도 소비자단체들은 진보적인 것처럼 비춰지지 않기 위해 목소리를 낮추고 있으며, 타깃, 버드 라이트 등 LGBTQ+ 옹호 마케팅을 펼친 기업들은 보이콧이 촉발될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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