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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월가 전망치(0.4%) 역시 웃돌았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2% 늘었다. 자동차를 제외한 소매판매 역시 전월보다 1.0% 증가했다.
소비는 미국 경제의 70% 비중에 육박하는 만큼 미 경기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소매판매는 지난 2월 당시 전월보다 역성장(-0.7%)을 하면서 경기 침체 우려를 불러일으켰고, 3월(-0.9%)에는 하락 폭이 더 커졌다. 그러나 4월에 0.4% 증가로 반등한 이후 5월 0.7%, 6월 0.3%로 점차 나아졌다. 지난달에는 특히 온라인 소매판매가 1.9% 급증했는데, 이는 아마존의 연례 최대 할인행사인 ‘프라임 데이’ 영향 때문으로 보인다.
탄탄한 미국 소비 지표로 역대급 긴축에도 경기 연착륙 기대감은 한층 더 커졌다. 실제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O나우’ 모델로 추적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는 5%까지 상승했다. 기존 전망치(4.1%)를 대폭 상향한 셈이다. GDP 나우는 새로운 지표가 나올 때마다 수정한다. GDP 나우는 애틀랜타 연은의 공식 전망치는 아니지만, 추후 경기 경로를 참고하는 데 쓰인다.
GDP나우는 지난달 28일만 해도 2분기 성장률을 3.5%로 점쳤으나, 이날 소비 지표를 확인한 이후 5.0%까지 상향했다.
월가는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상당수 무게추를 옮겼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와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번달 초 침체에서 연착륙 쪽으로 전망을 바꿨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비슷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소매지표를 확인하고 3분기 GDP증가율 추정치를 기존보다 0.7bp(1bp=0.01%포인트) 높은 2.2%로 높였다.
나머지 씨티, 바클레이스, BNP파리바, 노무라, 소시에테 제네랄, UBS, 웰스파고 등은 여전히 침체 불가피론에 기울어 있지만, 기류가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앤드루 헌터 이코노미스트는 “지난달 소비가 전월과 비교해 더 증가한 것은 (연준의) 통화 긴축이 실물경제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 경제 위기론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 경제는 고공행진을 하는 것이어서 더 관심이 쏠린다.
상황이 이렇자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219%를 기록했다. 연중 최고치다. 심리적 저항선인 4.25%선에 육박했다. 국채금리가 꿈틀대자 뉴욕 증시는 이날 힘을 쓰지 못하고 하루 만에 하락 마감했다.
다만 미 경제 낙관론에도 금융 불안은 최대 리스크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신용평가사에 이어 피치도 미국 은행 리스크에 대한 경종을 울렸다. 특히 대형은행들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까지 거론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더 크다.
피치의 크리스 울프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 인터뷰를 통해 “피치가 은행 영업환경 등급을 다시 한 단계 내리면(AA-에서 A+) 모든 개별은행의 재무기준을 재조정하게 된다”며 “부정적인 등급 조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예고했다.
피치는 지난 6월 미국 은행권 영업환경 등급을 ‘AA’에서 한 단계 낮춘 ‘AA-’로 강등했다. 피치가 최근 금융환경을 고려해 영업환경 등급을 한차례 더 내린다면 그때는 개별 은행 등급까지 손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대 은행인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현재 AA- 등급이다. 영업환경이 이보다 낮은 A+이 떨어진다면 이들의 등급이 모두 자동으로 A+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형 은행보다 낮은 신용등급을 받은 중소형은행들은 투자 부적격 수준의 등급을 받을 수도 있다. 신용등급이 떨어진 은행들은 채권을 사기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하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작년 하반기부터 사무실, 아파트를 중심으로 상업용부동산(CRE) 가격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에 따른 조달비용상승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 심화를 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