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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내달 본격 운행을 시작하는 가장 빠른 고속철도 ‘KTX-청룡’을 탑승 후 떠오른 생각이다. 지금까지 경부·호남선에서 흔히 타왔던 초기 ‘KTX-1’은 건장한 성인 남성이 편하게 앉기 어려운 좌석 넓이(의자-무릎 거리 96㎜)로 설계됐다. 다음 모델인 ‘KTX-산천’에서야 의자-무릎 거리가 106㎜로 늘어 그나마 탈 만한 열차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날 탑승한 KTX-청룡은 의자-무릎 거리가 무려 126㎜. 게다가 창측 좌석 아래에 튀어나온 ‘모서리 턱’까지 사라져 쾌적하다는 느낌까지 들 정도였다. 좌석에는 휴대폰 무선충전기가 있었다. 각 의자마다 ‘개별창’을 적용해 블라인드를 두고 벌어지는 눈치싸움에서 해방됐다.
KTX-청룡의 가장 큰 자랑거리는 속도다. KTX-청룡의 설계속도는 352㎞/h, 영업최고속도는 320㎞/h로 국내에서 가장 빠른 고속열차다. 다만 선로 사정상 당분간은 이전 KTX 열차와 같은 최고 300㎞/h로밖에 못 달린다. ‘평택-오송 2복선’ 공사가 완공되는 2028년에는 320㎞/h로 운행할 예정이다.
내달부터 새롭게 운행할 KTX-청룡은 2편성이다. 평일 기준 경부선과 호남선에 각 2회씩 투입한다. 주말은 2편성을 하나(복합열차)로 합쳐 경부선에 하루 4회 운행한다.
운행 형태는 정차역을 줄인 ‘급행’이다. 행신역을 출발해 서울-대전-동대구만 지나 부산역에 도착한다. 서울~부산역 기준 소요시간은 단 2시간 17분. 정차역이 많아 통상 2시간 35분~41분이 걸리는 기존 KTX에 비해 18~24분이 줄어든다. 아쉬운 점은 현재도 운행 중인 급행열차 소요시간인 2시간 18분보다 겨우 1분만 단축한다는 것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관계자는 “평택-오송 병목현상이 해결되는 2028년 이후에야 실질적인 시간 단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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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정지 상태에서 300㎞/h까지 소요시간도 3분 32초로 기존 KTX-산천(5분 16초)보다 1분 44초나 빠르다. 동력집중식에서 느껴지는 ‘앞에서 끌려감으로부터 오는 피로감’도 확연히 적었다.
열차 자체의 떨림 역시 기존 열차보다 확연히 줄었다. 앞서 KTX-이음은 초기 극심한 떨림으로 국토교통부가 나서 개선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KTX-산천 역시 고속주행 중 떨림이 고질병으로 지적됐다. 제작사인 현대로템의 이정율 책임연구원은 “진동 흡수장치와 공기스프링 등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KTX-청룡은 운전실 객차에도 승객을 태울 수 있어 더 많은 수송량을 보유한다. 실제 8량인 KTX-청룡의 좌석은 515석으로, 10량인 KTX-산천(379석)보다 수송효율이 35% 더 높다.
노준기 코레일 여객마케팅처장은 “현재 KTX-청룡은 20일 동안 승차권 1만 8000여장의 예매가 완료됐다. 국민들의 기대가 많은 걸로 보인다”며 “2027년부터 KTX-청룡 17편성을 추가로 도입해 운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