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들은 “분향소 설치는 헌법과 법률이 보호하는 관혼상제에 해당하며 상당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독촉하듯 계고처분을 하는 것도 절차적 하자가 분명하다”면서 “분향소는 시민의 이동권을 방해하지 않도록 설치돼 있고, 행정대집행이야말로 오히려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유가족과 시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그날 밤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지만, 오늘은 아이들을 반드시 서울광장에서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실행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이들은 오후1시가 지나서도 서울시의 별다른 조치가 없자 안도의 환호성을 질렀다. 주변에 머물던 시민도 “함께 하겠습니다”, “힘내세요”와 같은 구호를 외쳤다. 유가족들은 이날 낮 12시쯤 시청 앞 분향소에서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159배를 진행했다. 이날도 분향소엔 국화꽃을 손에 들고 한참 동안 영정을 바라보는 시민부터 헌화를 마친 뒤 영정 앞에서 묵념하는 시민 등 추모객이 계속 찾아왔다.
강제철거는 없었지만 분향소를 둘러싼 긴장감은 팽팽했다. 경찰은 이날 총 5개 기동대, 경력 200~300명의 경력을 투입해 서울시청 인근에 배치했다. 경찰들은 분향소 주변과 서울시청 주변 곳곳에 배치됐다. 서울시의 행정대집행 협조 요청은 없었지만 혹시 모를 ‘충돌’ 가능성에 대비해 경력을 보냈단 게 경찰 측 설명이다. 경찰은 오후 4시께 분향소 주변에 차벽을 설치하려다 유족들의 반발에 철회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조만간 행정대집행에 나서겠단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추모의 취지는 백분 공감하지만, 고인들에 대한 추모 또한 법과 원칙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부득이 행정대집행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유족들에 말했다. 언제든 강제철거에 나설 수 있단 얘기다.
서울시와 유족의 분향소 장소를 둘러싼 입장차는 여전히 첨예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의 불법 시설물 철거를 전제로 합법적인 어떤 제안도 서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은 여전히 변함없다”고 했지만, 유족들은 ‘서울광장 분향소를 지키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시가 조만간에 분향소 강제철거에 나설 경우 물리적 충돌도 예상된다. 강제철거는 통상적으로 서울시가 직원과 용역을 동원해 분향소의 천막을 철거하고, 경찰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충돌, 공무집행 방해 사범 등을 맡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