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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가뭄 끝 극한호우...전북엔 22mm 찔끔 '요지경 비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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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현 기자I 2026.08.17 23: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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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뭄 탓 소방동원령 해제 이틀 폭우로 재발령
기상청 "거제 강수량 200년 이래 극단적"
전북에는 같은 기간 최대 22.6㎜
경남 안에서도 천지차이...양산 17일 42㎜
이유 살펴보니...복합적 송곳폭우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광복절 연휴 경남 남해안에는 단 3일 동안 평년 여름철 강수량의 90%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져내렸다. 극한가뭄 탓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던 이 지역에 동원령 해제 2일 만에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이어졌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주택가 인근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들이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오전 경남 거제시 옥포동 한 주택가 인근에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차량들이 파손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17일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3일간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값으로 거제시 813㎜, 통영시 685㎜, 남해군 281㎜, 창원시 175㎜, 의령군 144㎜, 밀양시 132㎜, 창녕군 80㎜ 등 경남 18개 전 시군에서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특히 거제에서는 17일 하루에만 636.8㎜의 폭우가 쏟아졌으며, 새벽 한때 1시간 동안 무려 124.5㎜의 비가 퍼부어 1972년 거제 관측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통영도 시간당 97.4mm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전국 기상청 97개 종관기상관측지점의 역대 하루 강수량과 비교해도 이번 거제 기록은 2002년 태풍 ‘루사’ 당시 강릉(870.5㎜)과 대관령(712.5㎜)에 이어 역대 3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기상청은 거제와 통영의 이번 강수 수준을 각각 200년, 100년에 한 번 나타날 수 있는 극단적 기상 현상으로 분석했다.

경남은 불과 지난주까지 전국에서 가장 가뭄이 심한 곳이었다. 광복절 연휴에 접어들기 전 지난 14일 저수율이 32.2%로 평년 대비 41.4%에 그쳤다.

지난 12∼15일 직전까지 극한가뭄 탓에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졌던 이 지역에 동원령 해제 2일 만에 폭우 피해를 막기 위한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됐다.

거제 폭우 피해 현장 (영상=경남소방본부 제공)
거제 폭우 피해 현장 (영상=경남소방본부 제공)
당초 남부지방의 가뭄을 해갈할 단비로 기대됐던 이번 호우는 해안가에 비가 집중되는 ‘송곳 폭우’로 나타나며 지역별로 극과 극의 결과를 낳았다.

경남에는 많은 비가 내렸지만 같은 가뭄 ‘경계’ 단계인 전북 정읍에는 동기간 최대 22.6㎜가 내리는 데 그쳤다.

가뭄 ‘주의’ 단계에서도 지역 차가 컸다. 부산에서는 남구에 최대 178.5㎜가 내렸고 부산진구 166.5㎜, 북구 157.5㎜, 해운대구 155.0㎜, 기장군 141.5㎜ 등 주의 단계 지역 상당수가 100㎜ 이상의 비를 받았다. 이들 지역은 이번 호우로 가뭄 완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으로 꼽힌다.

반면 전남의 주의 지역에는 장성 74.0㎜, 함평 70.5㎜, 영광 53.0㎜, 담양 44.0㎜가 내렸다. 가뭄을 해소할 단비가 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같은 경남이라도 지역별 강수량은 천차만별이었다. 이날만 비가 100㎜ 넘게 쏟아진 부산과 달리 해안선에서 북쪽으로 떨어진 양산은 이날 42㎜의 비가 내리는 데 그쳤다. 밀양(133.3㎜), 창녕(80.5㎜)과도 큰 차이를 보였다.

한 농민이 가뭄 영향으로 바닥을 드러낸 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 농민이 가뭄 영향으로 바닥을 드러낸 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번 폭우는 하나의 원인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저기압의 이동 경로에 강한 남풍이 더해지고, 여기에 높은 남해 수온과 남해안의 지형까지 겹치면서 비를 키우는 조건이 한꺼번에 만들어졌다.

제13호 태풍 ‘돌핀’이 약화한 뒤 남은 저기압이 한반도 남서쪽에서 접근해 북동진하면서 남쪽의 고온다습한 공기를 끌어 올렸다. 저기압이 한반도에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강해졌다.

쉽게 말해 ‘습기를 머금은 거대한 공기 띠’가 남해안으로 밀려온 것이다. 여기에 남해의 해수면 온도가 27~28도로 높아 남풍이 실어 나를 수 있는 수증기의 양도 많았다.

이렇게 유입된 습한 공기가 거제·통영을 비롯한 남해안의 산지와 부딪쳐 상승하면서 비구름이 더욱 강하게 발달했다. 수증기를 잔뜩 머금은 공기를 바람이 계속 밀어 넣고, 산이 그 공기를 위로 들어 올리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공기가 산을 타고 올라가면서 빠르게 식고 응결했고, 많은 수증기가 짧은 시간에 비로 바뀌면서 폭우가 집중됐다.

연휴가 끝나며 남해안 폭우는 잦아들겠지만 완전히 그치지는 않겠다. 18일 새벽부터 아침 사이 부산·울산·경남과 대구경북 남부, 전남광주 남해안에 비가 더 내리고 제주에서는 오후까지 이어지겠다. 예상 강수량은 부산·울산·경남 남해안 20~50㎜, 경남 내륙·대구경북 5~30㎜, 전남 남해안 5~20㎜, 제주 10~6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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