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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단체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The Carbon Disclosure Project)위원회는 지난 2014년 각 기업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이용해 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고 자발적으로 약속하는 RE100 캠페인을 시작했다. RE100 캠페인은 이후 8년에 걸쳐 애플, GM, BMW 등 굴지의 다국적기업을 포함해 376개사(2022년 7월)가 참여하는 거대 캠페인이 됐다. 한국도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국내 21개 기업도 여기에 동참하는 등 최근 관심이 부쩍 커졌다. 특정 기업이 RE100을 이행하려면 여기에 납품하는 모든 기업 역시 여기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기업은 RE100에 참여하려도 그 수단이 마땅치 않다. 국내에선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7%에 불과한데다 타 에너지원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국내 RE100 참여 기업은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을 하거나 ‘녹색 프리미엄’ 요금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정부가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공급 계약을 맺는 전력거래계약(PPA) 제도도 도입했으나 제도 미비로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 이상 늘려 RE100 참여를 쉽게 한다는 계획이었으나 윤석열 정부는 국내 실정에선 이 같은 목표 달성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목표치 축소를 검토 중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RE100 참여·관심 기업은 이날 간담회에서 기업이 부담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에 대한 세제 등 인센티브 지원과 함께 CDP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해외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국내 재생에너지 조달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보자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산업부는 이에 기업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와 컨설팅 지원, CDP위원회와의 검토·협의를 진행키로 약속했다.
CDP위원회가 한국 기업의 상황을 고려해 RE100 인정 기준을 변경할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정부는 협상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앞선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RE100은 아직 완전한 기조가 되지 않아 협상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며 “RE100이 어떤 형태로 진전해나갈지 좀 더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진 차관은 “주요 글로벌 기업의 RE100 가입이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론 국제 투자 장벽이 될 우려가 있는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불리한 상황에서도 우리 (수출)기업이 RE100 이행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적극 소통해 구체적인 관련 정책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경제위기대응특별위원회(위원장 김태년)는 같은 날 태양광 발전 모듈을 생산하는 한화큐셀 진천공장을 찾아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의 RE100 참여를 원활히 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란 근본 대책 없인 RE100 시대의 국내 기업 경쟁력이 크게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태년 위원장은 “탄소중립과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윤석열 정부도 ‘그린 뉴딜’ 정책을 발전적으로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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