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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교육부는 지난달 26일 올해 등록금 인상 한도를 5.64%로 공고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3개 연도 평균 물가상승률의 1.5배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다. 교육부는 해당 법률에 따라 대학들이 올해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인상 상한선을 5.64%로 제시한 것이다.
다만 등록금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대학에는 국가장학금 2유형(올해 예산 3500억원)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지금까진 이러한 간접 규제로도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요구를 차단할 수 있었지만, 고물가 영향으로 등록금 인상 한도가 상승하면서 규제 효과가 반감된 상황이다.
A대학 총장은 “솔직히 국가장학금 2유형을 받지 못해도 등록금 인상 상한선인 5.64%를 올리면 그게 더 이익”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정부가 등록금 인상을 원하지 않기에 섣불리 인상할 수 없다. 글로컬 대학 사업 등 향후 재정 지원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달 등록금 인상 한도를 공고하면서 올해도 각 대학이 등록금 동결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지금도 당시의 입장에서 변화된 것은 없다”고 했다.
대학들은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을 압박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총장은 “지난해 등록금 인상을 단행한 한 대학은 교육부 감사를 받았다”며 “말로는 정기감사라지만 대학가에선 등록금을 올려서 감사를 받았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교육부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비수도권 대학을 대상으로 글로컬 대학을 선정, 대학당 1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작년에는 강원대·경상국립대 등 10곳(대학 수로는 14곳)을 선정했는데 올해도 최소 10곳을 추가로 선정, 향후 5년 동안 연간 200억원씩 지원한다.
부산·경남지역 B대학 총장은 “우리 대학도 올해 글로컬 대학 사업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올해 등록금은 동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립대는 16년간의 등록금 동결에 따른 재정 압박을 심각하게 받고 있다”며 “국책사업이라도 선정, 정부 지원을 받아야 재정난에 숨통이 트인다”고 했다.
같은 지역 C국립대 총장도 “국립대로서 정부의 등록금 동결 요구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광주전남지역 D대학 총장은 “글로컬 대학 사업에 지원할 생각인데 아무래도 정부의 등록금 동결 요청에 대한 눈치가 보인다”고 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라 신입생 유치가 어려워 등록금 인상이 힘들다는 하소연도 있다. 가뜩이나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는데 등록금마저 올리면 지원율이 더 하락할 것이란 우려다. 대구·경북지역 E대학 총장은 “한 해 등록금을 올린다고 재정난이 갑자기 풀리는 것도 아니다”라며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도 어려운 상황이라 등록금 동결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대가 지난달 28일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이후 대학들의 동결 결정이 잇따르고 있다. 지금까지 학부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은 서울대를 비롯해 전북대·경북대·충남대·배재대·부산대·부경대·부산외대·인제대 등이다. 특히 청주대는 이날 등록금 0.17% 인하를 결정했다. 청주대 관계자는 “대학 재정도 어렵지만 학생·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등록금 인하를 결정했다”며 “경상경비 절약 등 효율적 예산집행과 정부 지원사업 유치, 산학협력 활성화 등으로 부족한 재원을 충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