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2일(현지시간) 새벽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발생한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은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한 밤중 일어난 총기난사에 최소 100여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했던 것.
그러나 해당 사건이 더욱 세간의 이슈로 자리한 것은 ‘펄스’(Pulse)라는 유명 게이 클럽에서 일어난 일로, 사상자의 대부분이 성소수자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이날 사건이 발생하기 몇 시간 전, 전 세계적으로 ‘프라이드 퍼레이드’(Pride Parade, 게이 축제)가 열리며 성소수자들이 자신들의 인권과 자유에 대해 외쳤기 때문에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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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론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적개심에 이들을 타깃으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다. 이날 해당 사건이 발생한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로스앤젤레스(LA) 인근 샌타모니카에서도 성소수자를 겨냥한 총격범죄를 계획했던 백인 남성이 체포되는 일이 발생했기에,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의 적대감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절실히 드러났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같은 날(6월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퀴어(Queer) 문화 축제’에 종교·시민단체 등 수백 명의 반대 세력이 모여 축제를 제지하거나 방해하는 맞불 작전을 펼치는가 하면, 대학 내부에 걸린 성소수자 모임의 현수막이 훼손되는 등 이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목소리가 사회 곳곳에 만연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동성애 혹은 성소수자와 관련한 이야기는 아직까지는 민감한 주제다. 대중문화의 영향 등으로 예전보다 많이 개방적 이어지기는 했지만 ‘내 주변이나 내 가족에게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일’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런 상황에서 동성애를 노래하고, 관객과 성소수자의 애환을 소통한 두 작품은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과 연극 ‘까사 발렌티나’가 그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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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베어 더 뮤지컬’은 결코 동성애를 미화하거나 과하게 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성애를 금기시 하는 종교적 배경과의 대립과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곧 배척의 대상으로 치부되며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에 예민한 청소년기의 특성을 이용, 성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사춘기 아이들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아픔을 더욱 배가시켰다.
두려움이 앞서지만 커밍아웃을 통해 자신들의 관계를 인정받길 바라는 피터와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잃을까 이를 밀어내는 제이슨의 모습은 사회가 규정지어놓은 편견 속에서 상처받는 청소년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다.
특히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추잡한 성추문과 가십거리에 오르내리는 아이비와 못생기고 잘난 것 하나 없다는 자격지심에 힘들어하는 나디아의 아픔을 함께 노래한 점은, 동성애를 어두운 주제가 아닌 청소년기의 두 주인공이 충분히 겪을 수 있는 고민이라 풀어냈기에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공감을 이끌어냈다.
‘까사 발렌티나’ 역시 마찬가지다. 작품은 여성의 옷을 입는 남성들의 은밀한 취미인 ‘크로스드레싱(cross-dressing)’을 통해 성소수자의 삶을 그려냈다.
‘까사 발렌티나’는 ‘베어 더 뮤지컬’보다는 조금 더 깊고 다양한 주제로 성소수자의 이야기를 다뤘다. ‘베어 더 뮤지컬’이 게이(gay)에 집중했다면 ‘까사 발렌티나’는 크로스드레서와 드래그 퀸(Drag queen)의 차이는 물론 동성애와 트랜스젠더 정체성, 이들의 성적 행위나 페티시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극에는 7명의 남성과 2명의 여성배우가 출연하지만 무대 그 어디에서도 남자는 찾을 수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남성 캐릭터 모두가 크로스드레서(crossed-dresser)이기 때문이다.
‘스스로 창조된 여인들의 세계’라는 ‘슈발리에 데옹’에 모인 이들은 편견 때문에 평소에는 숨길 수밖에 없던 자신만의 취향을 사회와 단절된 공간에서 마음껏 드러내며 즐거움을 찾는다.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고정관념과 규범 속에서 자신이 이상한 것이 아닐까 스스로 자책하고 부정하려하던 크로스드레서. 그런 이들이 함께 모여 서로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용기를 얻고 고립감에서 벗어나는 장면은, 사회를 향해 ‘성소수자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 뿐’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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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크로스드레싱’의 본질적인 의미는 단순히 이성의 옷을 입는 것을 즐기는 하나의 취미활동의 범주로 성적인 의미나 특정한 성적 취향을 내포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 크로스드레서들은 여성의 옷을 입고 싶은 충동이 ‘자신 안에 내포된 또 다른 여성적 자아’인지 혹은 ‘실제 여자가 되고 싶은 것’인지를 헷갈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사회가 수용할 수 있는 인식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치부되는 것이 보통이기에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만이 이들을 이해해주고 포용해줬다는 점은 ‘크로스드레서가 그들과 다르다고 나누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편견’이라는 반대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처럼 작품은 다소 생소한 주제에 의아함을 드러내던 관객들마저 어느 샌가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만든다. 그렇지만 이들은 동시에 우리가 가진 편견에 대해서도 꼬집고 나섰다.
극의 후반부에서는 동성애의 성향을 가지고 있음에도 크로스드레서 사이에서 이를 숨겨온 인물과, 자신이 쌓아온 명성을 잃고 싶지 않아 신분 노출을 꺼리는 이.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억지로 다름을 규정하자는 이기주의를 펼치는 이와, “남성과 여성 중 진짜 당신이 원하는 모습은 무엇이냐”고 묻는 아내의 질문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는 인물의 모습까지 차례로 그려내며 공연 내내 7명의 크로스드레서 모두가 같은 성향을 지녔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던진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동성애 등 성소수자는 법령에 의해 개인의 성적지향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방송인 홍석천이 커밍아웃을 통해 사회의 편견을 극복해 나갔고, 영화감독 김조광수가 자신의 동성 연인과 함께 동성결혼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으며, 국내 1호 트랜스젠더 연예인 하리수가 국내 최초로 성별정정을 하기까지 많은 노력이 잇따랐던 만큼 이들이 가진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길 바라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