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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양은 오전 8시께 시험을 치르기 위해 해당 고사장에 입실했다. 이 자리에는 감독관 2명과 경찰관 2명, 장학사 1명이 따로 배치됐다. 이후 A양은 오후 4시 37분께 특이사항 없이 정해진 시간 안에 시험을 모두 마쳤다.
병원 측은 “시험을 끝낸 A양이 감독관과 의료진에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라며 “시험을 위해 이틀간 잠시 입원했던 터라 수액을 제거하고 퇴원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A양은 2007년 3세 때 유전자 검사에서 ‘장쇄 수산화 탈수소효소 결핍증’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을 진단받았다.
이 병은 몸속 지방을 에너지로 만드는 효소가 없어 근육에 저장된 단기 에너지를 소모하고 나면 칼에 베이는 듯하고 망치로 때리는 것과 같은 극심한 전신 근육통에 시달리게 된다. 치료가 늦어지면 갑작스럽게 사망하거나 뇌 손상을 입을 수 있다.
이러한 질환에도 A양은 수능 시험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A양의 부모와 병원 측이 안전한 상황에서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해달라고 교육 당국에 부탁하면서 입원실 고사장이 마련됐다.
A양은 응급상황을 대비해 수능 이틀 전인 15일부터 병원에 들어와 몸 상태를 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측은 수능 전날 고농도 포도당 수액을 투입해 만반의 준비를 마치기도 했다.
고사장 밖에서 연신 기도하던 A양의 어머니는 “딸이 시험을 앞두고 긴장은 했지만, 어젯밤에 잘 잤고 아침 식사도 먹어야 할 만큼 먹는 등 컨디션이 좋았다”며 “병원 교수님께서 응원 손 편지도 써주시고 잇따라 방문해 격려해주셔서 딸이 힘을 많이 냈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한 아이도 힘든 학교생활 12년을 보냈고 포기하지 않고 하려는 마음이 대견하고 기특하다”라며 “딸에게 ‘너에게는 너만의 속도가 있고 지금까지 잘 해왔다’는 말을 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딸이 수능을 치를 수 있게 배려해주신 병원 측과 교육 당국, 부경고등학교 선생님들, 응원해 주신 많은 분께 감사의 인사를 꼭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